KB금융그룹의 차기 사령탑으로 이재근 후보가 낙점되면서 계열사 인사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그룹 내 비은행 핵심 축을 맡아오며 외형 성장을 이끌어 왔으나 최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의 연임 여부가 이번 인사의 최대 가늠자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재근 KB금융 글로벌·WM(자산관리)·SME(중소기업금융) 부문장을 선정했다.
회추위는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양종희 현 회장 대신 이 후보가 전격 발탁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취임 후 2년 연속 연간 5조원대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온 양 회장이 연임에 실패한 만큼, 이번 인적 쇄신 기류가 연말 계열사 CEO 물갈이로 직결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KB금융은 오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 뒤,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사장단 인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단순히 나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역량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호흡하고,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새 바람이 예고된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인물은 올해 말 ‘2+1년’ 임기 만료를 앞둔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다. 2024년 1월 취임한 구 대표는 은행·지주 출신이 주로 맡던 자리에 오른 첫 KB손보 내부 출신 CEO다. 1994년 럭키화재로 입사한 이후 경영전략본부장, 경영관리부문장(CFO),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등을 거친 정통 ‘보험맨’이자, 양 회장이 손보 대표 시절부터 발을 맞춰온 대표적 ‘양 라인’으로 분류된다.
현재 구 대표의 연임 가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주춤한 단기 실적이다. 취임 첫해인 2024년 8395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비은행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어든 4788억원에 그쳤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동시에 치솟으면서 자동차보험 부문이 적자로 돌아선 여파가 컸다.
다만 본업 질적 성장과 미래 먹거리 발굴 면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다져놨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KB손보의 올 상반기 계약서비스마진(CSM)은 10조7216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2176억원)보다 16.3% 늘었다. CSM은 보험사 미래 이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며 향후 안정적인 미래 수익 창출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중국·인도네시아 중심 구조를 넘어 영국 로이즈 보험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앞서 KB손보 이사회는 지난 3월 영국 로이즈 시장 진출 계획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으며, 구 대표는 향후 현지 사업 점검에도 직접 나설 계획이다. 이는 연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미래 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구체화한 행보다.
구 대표는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경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변화와 통찰, 준비된 전략의 속도감 있는 실행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손해보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낸 바 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