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기조와 시장금리 반등 여파로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채권 시장의 조달비용 상승세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따른 은행권의 인위적인 가산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며,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조만간 ‘연 8%’ 선을 뚫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주기형(5년 고정) 금리는 연 4.15~6.82% 수준으로 상단이 7% 턱밑까지 다가섰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반영하는 변동형 금리 역시 연 4.48~7.14%로 이미 7%대를 넘어섰다. 시장금리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연이어 올리고 있어 연내 상단 8%대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 급등의 근본적 배경에는 채권 시장의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신호가 이어지면서 주기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연 3.65%에서 최근 4.28%까지 0.63%포인트 급등했다. 여기에 수신 경쟁 심화로 신규 코픽스마저 전달 대비 0.15%포인트 오른 3.84%를 기록하는 등 조달비용지표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은행들은 연간 1.5~2% 안팎의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0.2~0.5%포인트씩 추가 인상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묶여 있어도 차주가 체감하는 금리는 뛰고 있다.
금리 상단이 8%대에 도달할 경우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임계점을 넘어선다. 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4억원을 빌렸을 때, 금리가 연 4.0%에서 연 8.0%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190만9660원에서 293만5060원으로 매달 102만5400원(53.7%) 폭증한다. 30년간 총이자 상환액만 2억8748만원에서 6억5662만원으로 3억6914만원 불어나 대출 원금의 1.6배를 웃돌게 된다. 대출액이 5억원일 경우 월 납입금은 366만8820원에 달해 원리금 상환액만 연간 4400만원을 넘어선다.
금당국과 전문가들은 조달비용 상승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차주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은은 “고금리 기조 지속과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저신용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 누적이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저하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외 통화긴축 불확실성이 국내 은행채 5년물 등 크레디트 조달비용을 구조적으로 견인하고 있어 대출금리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