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다변화 전략] 미국·서아프리카로 원유 수입선 돌리는 정유사

중동산 원유 수급에 따르는 위험이 커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 등 비중동 지역의 원유 도입을 늘려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0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울산 남구 울산항 원유부이로 정박하고 있는 유조선 유니버설호. 뉴시스

 

 

 이란 전쟁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원유 수송의 핵심 루트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마저 봉쇄 위기에 직면했다. 연말이면 국내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유·에너지 업계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자 미국과 서아프리카 등으로 원유 수입선을 급히 다변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을 낮추는 대신, 미국산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나이지리아·앙골라 등 서아프리카산 유종 수입 물량을 긴급 확대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발 원유 수입이 크게 늘었다. 미국은 2015년만 해도 10대 원유 수입국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지난해엔 사우디 아라비아(33.6%)에 이어 2위(17.0%)에 올랐다. UAE(11.4%), 이라크(10.4%), 쿠웨이트(8.5%)보다도 미국 원유 수입 비중이 컸다는 얘기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를 확보하며 수송 리스크 방어에 돌입한 정유사도 있다. 다만 장거리 운송에 따라 운송비가 크게 늘어난 점은 부담이다.

 

원유수입량 지역별 비중 추이_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유사들의 이러한 행보는 중동에 기대온 원유 도입의 구조적 취약점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한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2015년 82.3%에서 2021년 59.8%로 감소하며 50%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2023년 71.9%까지 다시 증가한 후 3년 연속 70% 안팎을 유지 중이다.

 

 정부도 비상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산업통상부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7~8개월 치 비축유 방출 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금을 확대해 미주와 서아프리카 등 비(非)중동 지역 원유 도입에 따른 운임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선제적인 초동 대처로 단기 수급 충격은 방어하고 있으나, 분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물류비 폭증과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산업계 타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원유 수입 과정에서의 부담이 커진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배경과 과제’ 보고서에서 “원유 도입선 다변화에 따른 물류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추가 운송비 지원 한도를 늘리고, 지원 범위도 금융, 보험, 장려금 등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면서 “주요 자원 보유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통해 우리 정유사의 도입선 다변화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국가 에너지 믹스의 근본적 전환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상시화되면서 화석연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산업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산업계는 원전 생태계 정상화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상용화, 해상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CFE) 포트폴리오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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