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영&리치 리포트] “또래 자산가 인사이트 공유하러 왔죠”…‘미래 큰손’ 모시는 금융·유통가

최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6 KB The Next Summit’에서 KB증권 김세환 수석연구위원이 미국주식 투자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KB증권 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6 KB The Next Summit’에서 KB증권 김세환 수석연구위원이 미국주식 투자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KB증권 제공 

 

“단순히 돈을 불리는 걸 넘어서, 비슷한 자산을 굴리는 또래들이 어떤 시장을 보는지 인사이트를 공유하러 왔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세미나장. 30대 자산가 김모씨의 태블릿PC 화면에는 부동산 서류 대신 실시간 미국 증시 차트와 대체투자 포트폴리오가 빼곡하게 떠 있었다. 강연자가 글로벌 거시경제 흐름과 유망 섹터를 짚어내려가자 김씨를 비롯한 장내 청년 참석자들은 연신 수치를 메모하기 바빴다. 쉬는 시간 복도 곳곳에서는 예·적금 금리 대신 조각투자와 해외 자산 배분 전략을 둘러싼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조용한 상담실에서 프라이빗 뱅커(PB)가 권하는 예금 상품을 고르던 부모 세대의 자산관리 공식은 이미 옛말이 됐다. 스스로 글로벌 시장을 분석하고 취향에 맞는 대체자산에 분산 투자하려는 젊은 세대, 이른바 ‘영리치(Young Rich)’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금융·유통가가 젊은 자산가와의 접점 마련을 통해 미래 핵심 잠재고객을 선점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금리 대신 ‘생애 설계’…은행권, 비금융 서비스로 영리치 록인

 

은행권에서는 자산관리(WM) 사업의 보폭을 전통적인 금융 영역 너머로 빠르게 넓히며 잠재고객 확보에 화력을 쏟는 중이다. 자산가 고객과 자녀 세대를 아우르는 사교 모임, 명사 초청 강연, 자녀 입시 상담, 인문·예술 교양 수업 등 비금융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단순한 금리 혜택이나 상속·증여 절세 상담을 넘어 미래 핵심 고객인 영리치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과 생애 설계를 돕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하나은행이 클럽원(Club1) 도곡PB센터지점에서 선보인 ‘패밀리오피스 리더스’는 전통적인 자산관리와 가업승계 등 부모 세대에 대한 지원을 넘어 자녀 세대의 성장을 도모하는 프리미엄 미니-MBA 과정이다. 젊은 자산가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해 미술품·주얼리·시계 등 비금융 대체투자 시장에 대한 교육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선 현장인 하나은행 골드클럽 분당PB센터 역시 단기 상품 제안 대신 전문 투자 인사이트, 세무·부동산 원스톱 서비스,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앞세워 영리치와의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도 영리치 고객들을 위한 ‘신한 넥스트 리더스’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경영 전략, 승계, 세무, 리더십 등 전문가 초청 강연뿐 아니라 골프 투어, 도슨트 갤러리 투어, 봉사활동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결합해 차세대 리더 간의 자연스러운 유대와 커뮤니티 형성도 지원한다. 

 

◆실전 투자·네트워킹…증권가, ‘차세대 큰손’ 모시기 총력 

 

증권가에서도 차세대 자산가를 묶어두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KB증권은 최근 2030 고객을 대상으로 ‘2026 KB The Next Summit’을 열고 젊은 층과의 접점 확대에 나섰다. 행사에선 글로벌 거시경제와 기술 트렌드 분석을 통한 자산 배분 전략, 미국 주식시장 전망과 유망 분야 중심의 실전 투자 아이디어 등이 공유됐다.

 

NH투자증권 또한 패밀리오피스 가입 고객 대상 ‘N2, 넥스트 리더스 포럼(Next-Leader’s Forum)’을 열었다. 패밀리오피스에 가입한 가문의 차세대만을 소수정예로 초청해 자산관리와 세무, 가업승계 교육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1년간 5회 이상 이어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영리치 간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영리치를 향한 러브콜은 유통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중국 ‘BFC(Bund Finance Center)몰’과 VIP 서비스 제휴를 맺고 영리치 공략에 나섰다. 이번 협약으로 BFC몰 VIP 고객에게는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의 VIP 전용 라운지 이용권과 명품 매장 대기 없는 ‘패스트트랙’ 서비스가 주어진다.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 관람권과 쇼핑 할인 혜택은 물론,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 입장권 등 시즌별 문화 콘텐츠도 연계할 예정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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