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부동산에 집중됐던 재테크 영역이 한우와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개인이 직접 사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자산을 여러 투자자가 소액으로 나눠 보유하고,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분에 따라 배분받는 ‘조각투자’가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각투자는 음악 저작권을 시작으로 부동산과 미술품, 한우, 대출채권, 항공기 엔진 등 다양한 실물·대체자산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투자자가 한우 사육 사업에 자금을 대고, 한우를 키워 판매한 뒤 발생한 손익을 배분받는 가축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다. 투자자는 송아지를 직접 사육하지 않아도 전문 농가의 축산 사업에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다. 수익률은 한우의 출하 등급과 판매가격, 사료비 등 사육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는 한우 사육 투자부터 생산·가공, 직판·유통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뱅카우를 통해 사육 자금을 조달하고 ‘고기설계소’에서 한우를 생산·가공한 뒤 ‘솔직한우’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구조다. 스탁키퍼는 친환경·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받거나 저메탄·프리미엄 사료를 사용하는 농가 등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각투자의 대상은 미술품과 음악 저작권 등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플랫폼이 선정한 작품에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한 뒤 작품이 매각되면 지분에 따라 손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음악 조각투자는 특정 곡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받을 권리를 증권화한다. 투자자는 정기적으로 저작권료를 배분받거나 보유한 음악증권을 거래해 시세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조각투자는 토큰증권 제도화와 맞물려 성장 기반을 넓히고 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고가의 실물자산에 관한 권리를 잘게 나눠 유통할 수 있다. 올해 초 개정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 증권의 발행·유통 기반을 마련했다. 개정 법률은 2027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신상희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제도가 시행되는 내년부터 급격히 성장해 2030년 367조원 규모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국내 토큰증권 시장 성장을 위해 규제 완화와 혁신적인 기초자산의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영화 굿즈와 온천 등 시설 이용권을 결부한 마케팅으로 청약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높였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는 머니마켓펀드(MMF) 토큰을 통해 초과 현금에 대한 수익을 제공하고 거래 효율성을 개선하는 등 기관의 단기자금 운용을 지원한 바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