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첫 프로젝트가 한국 측 절차를 마치고도 닷새째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의 국회 보고까지 끝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투자처 선정 절차가 남으면서 발표 시점이 늦어지는 모습이다.
2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에 대미투자 사업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내부 절차를 완료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미국 상무장관 등의 추천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선정하는 절차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실무 차원의 한미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한미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와 한미전략적투자 특별법에 따르면 최종 투자처는 양국 협의를 거쳐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다.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투자 대상을 추천하고, 이에 앞서 한국 산업부 장관이 참여하는 한미 협의위원회에서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 등을 따지는 구조다.
한국 측 내부 절차는 이미 끝났다.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한미전략투자사업관리위원회의 검토와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끄는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난 22일 국회 보고까지 마쳤다.
첫 사업으로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된다. 총사업비 223억달러 규모로 6.3GW급 발전설비를 단계적으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고 보고 2000억달러 대미투자의 첫 프로젝트로 국회에 보고했다.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는 후속 사업으로 검토한다. 두 사업은 사업 구조와 수익성 등을 놓고 추가 협의가 필요해 엔시날 발전소와 달리 최종 추진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국회 보고 이후 공식 발표가 늦어지면서 추가 쟁점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무선에서는 양국의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협상 쟁점보다 미국 내부 의사결정 절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미투자 협상 진전은 지난 22일 미국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동이 이뤄진 배경 중 하나로도 거론됐다. 당초 양자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투자 협의가 진전되면서 정상 간 만남으로 이어졌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 유엔총회와 미중 정상회담 등 미국 측 외교 일정이 이어진 점도 발표 시점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공식 발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첫 투자금 송금도 발표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약 22억달러를 송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산업부는 앞서 첫 송금 규모와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