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30년이 된다. 기나긴 식민 경험과 끔찍한 내전을 극복한 신생국이 개발도상국으로 도약을 마친 후 선진 경제협력 체제에 본격 합류한 것이다.
OECD 가입을 통해 선진국 정책 협의체에 참여하며 국제 신인도와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정책 투명성과 제도적 신뢰도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눈부신 외형 성장을 이뤘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필두로 연간 수출액 1조 달러가 유력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 달러를 향하고 있다.
◆韓, 29번째 OECD 회원국…30년 새 경제 대국 ‘우뚝’
한국은 1996년 12월 OECD 정식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 29번째,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한국 경제 규모를 두고서 이미 OECD 달성 요건을 충분히 달성했다는 판단이 많았다. 1995년 한국의 GDP는 4556억 달러로 세계 11위였다. 지금까지도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생산량은 1994년 기준 전 세계 6위, 전자제품 생산량은 3위였다.
OECD 가입은 한국이 세계 경제질서의 형성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 이벤트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생산활동 수준 및 경제규모가 커졌다.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당해년가격 기준)은 3만6226달러로 집계됐다. OECD 가입 첫해인 1996년(1만3700달러) 대비 약 2.6배 늘었다. 1996년 1297억 달러였던 연간 수출규모는 이달 중 올해 누적 기준 1조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외환위기 당시 바닥을 드러냈던 외화보유액은 올해 9월 말 현재 4405억 달러로, 전 세계 중앙은행 중 10위권 안팎을 유지 중이다. 이 밖에 회계기준 투명화, 외환시장 자유화, 환경·기후 거버넌스 도입,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OECD 가입을 통해 한국 경제의 제도적 투명성이 강화됐다.
◆일찍 터트린 축포, 외환위기로…노인 빈곤·자살률 1위 오명도
OECD 가입을 앞두고 금융 및 자본이동 등의 분야에서 한국 경제의 부담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없던 건 아니다. OECD 가입 1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금융시장의 문호를 일찍 연 데 더해 그간의 단기 외채 구조, 기업의 과잉 차입 등이 겹친 결과다. IMF 구제금융 수용 조건으로 단행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도입 정책 등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한 신호탄이 됐다.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0% 중후반대까지 껑충 뛰었다.
양극화를 넘어 초(超) 양극화 현상도 커졌다.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는커녕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커졌다. 반도체, 자동차 등 소수 대기업에 부(富)가 집중됐다. 이들이 공장자동화, 해외로의 공장 이전 등으로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국내 노동시장의 고용 창출력은 떨어졌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천문학적인 성과급, 부동산 급등에 따른 자산 격차 발생 등도 양극화를 키운다.
급속한 고령화, 높은 자살률 등 사회 전반의 활력도 약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증가 추세다. 2000년 이후 OECD 국가의 자살률은 대부분 감소 추세란 점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장경수 여의도연구원 통일외교사회정책실 연구위원은 ‘한국의 포용적·지속가능한 웰빙: OECD 가입 30년과 미래 정책 기회’ 보고서에서 “OECD 가입 30년간 한국은 소득·자산 등 경제적 웰빙에서 OECD 최상위권 성과를 거뒀으나, 노인 빈곤, 자살률, 정부 신뢰, 성별 격차 등 삶의 질 지표는 OECD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면서 “‘소득 공백’ 구조를 개혁하고, 청년 자립지원, 여성 경력단절 해소를 통한 저출산 대응 등의 정책과제를 내놔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