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대폭 확대해 210억 달러(31조원)를 쏟아부으며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북미 시장에서의 투자 계획은 오는 2028년까지 자동차, 철강, 미래산업 및 에너지 분야 등을 포함해 광범위하다. 또한 그동안 걱정거리로 작용했던 관세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번 투자는 전동화·자율주행·원자력 등 차세대 산업을 위한 선제적 움직임 및 미국 내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동시에 한미 경제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을 국내 경제인으로는 최초로 만나 이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현대차)는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화답했다.
◆막강한 생산능력은 기본…첨단 기술까지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위치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의 설비 현대화에도 투자를 병행해 총 12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자동차 부문에만 86억 달러가 투입되며,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는 61억 달러가 투입된다. 핵심은 루이지애나에 들어설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함으로써 관세 등 대외 리스크를 줄이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팩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조달 비율을 높여 미국 내 부품 현지화율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63억 달러가 책정된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AAM)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을 통해 로봇, AAM,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나서며, 엔비디아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와는 아이오닉 5를 활용한 무인 택시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SMR(소형모듈원전) 및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한다. 현대건설은 미시건주에서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SMR 건설에 착수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텍사스에서 태양광 발전소 상업운전을 준비 중이다.
또한 미국 내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연합체 '아이오나(IONNA)'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투자 역대 최대…올해 24조3000억원 투입
현대차그룹은 미국 외에도 국내에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다. 올해 국내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24조3000억원으로, 연구개발(R&D)과 전동화 생산 인프라, 전략 기술 내재화 등에 집중된다.
연구개발엔 11조5000억원이 배정되며, 이를 통해 수소, SDV,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EVO Plant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며,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은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및 미국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