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 좋은 계절 봄이 찾아왔다. 최근 여럿이 모여 일정 코스를 함께 뛰는 러닝 크루 문화가 확산하며 젊은 세대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능성 운동화와 의류를 찾는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러닝은 남녀노소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이고,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의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봄을 맞아 도심 곳곳에서 러닝 대회가 개최될 예정인 만큼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러닝 상품군을 강화하고, 러너 특화 서비스를 기획하며 시즌 마케팅에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7761억원에서 2023년 3조415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 중 러닝화 시장 규모만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지난해 러닝화 매출도 전년 대비 최소 30% 이상 증가했다.
스포츠 업계에서는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30세대들의 러닝 대회 참가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진 점이 고무적이다.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에 녹여내는 ‘고프코어’, 축구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블록코어’에 이어 러닝복과 러닝 용품을 패션에 활용하는 ‘러닝코어’ 트렌드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전통의 강호부터 데카트론, 호카오네오네, 온러닝 등 신흥 강자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이 기능은 물론 디자인까지 고려한 러닝화를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에서도 이들 브랜드 제품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전문관을 조성하며 러너 모시기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하남점, 광주신세계, 김해점 등 점포의 스포츠 매장을 잇따라 리뉴얼하고 러닝복과 러닝화 등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하남점은 기존 나이키 매장을 나이키 라이즈 매장으로 새 단장했다. 나이키 라이즈는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디지털·퍼스널 경험을 강조하는 나이키의 신개념 매장이다. 리뉴얼에 맞춰 기존에는 없었던 러닝과 트레이닝 카테고리 상품을 대폭 들여온 것이 특징이다. 또 최근 여성 러너가 늘어난 것을 반영해 전체의 57%를 우먼스 품목으로 채웠다.
광주신세계와 김해점에 각각 뉴발란스의 초대형 규모 매장인 메가샵을 열었다. 특히 신세계광주 뉴발란스 메가샵은 약 102평 규모 러닝 특화 매장으로 꾸몄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는 스포츠 슈즈 전문관을 새롭게 조성해 신규 브랜드를 유치하고 인기 브랜드의 면적을 확대했다. 스포츠 카테고리의 큰 손인 20~40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가득 채웠다. 뉴발란스와 푸마는 플래그십 스토어 수준의 매장을 새로 조성했다. 살로몬은 백화점 최초로 슈즈, 의류, 스포츠용품까지 모든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매장으로 재탄생했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몇 년간 러닝 카테고리를 꾸준히 공략해왔다. 특히 잠실이 접근성, 자연경관, 정비된 코스 등 러닝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임을 고려해 잠실점을 러닝의 성지로 만들기 위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2017년부터 러닝 축제인 ‘스타일런’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봄 정기 세일 기간에는 ‘잠실 모닝 시티런’ 러닝 클래스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이달 들어선 잠실점 월드몰 지하 1층에 러닝 편집샵 디스턴스 팝업스토어를 열어 러너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캐나다 브랜드 씨엘르(Ciele)의 신상 의류와 한정판 모자, 미국 브랜드 백퍼센트(100%)의 선글라스 라인업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제품들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2022년 9월 국내 백화점 최초로 글로벌 러닝 브랜드 호카를 입점시켰다. 지난해 7월에는 본점 7층 스포츠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러닝 특화존을 조성했다. 최근 이곳에서는 해외 프리미엄 러닝화, 아웃도어 슈즈, 의류, 액세서리 상품을 제안하는 셀렉트숍 브랜드 아웃 오브 올(OUT OF ALL)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오프로드나 산에서 러닝을 즐기는 트레일 러너들의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러너들끼리 소통하고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러닝 대회도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러너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이색 러닝 대회도 늘어나는 추세다.
굽네치킨은 맛있고 건강한 오븐치킨의 강점을 전하기 위한 ‘오븐런’을 다음달 개최한다. 이색적인 요소를 앞세워 사전예약 3000명 인원이 하루 만에 마감됐다. GS리테일은 참가자 전원이 미니언즈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이색 대회 ‘미니언즈 런’ 티켓을 우리동네GS 앱에서 판매한다. 쿠팡플레이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20주년을 기념하는 ‘무한도전 런’을 개최한다. 티켓은 오픈 직후 2분 만에 매진돼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가을 스타일런을 새로운 콘셉트로 개최하기 위해 벌써부터 준비에 한창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