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글로벌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의 최고경영진(CEO)들이 인공지능(AI)을 통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우리 업계도 관련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의약업계에 따르면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지난해 8~9월 전 세계 7개국의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 CEO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2025년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5대 과제’란 보고서로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이들 CEO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등에 대한 특허가 만료돼 독점권을 잃으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인 특허 절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 응답자 중 67%가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과 경쟁을 포함한 특허 절벽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 암젠(미국)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는 지난 2월 미국 특허가 만료된 데 이어 오는 11월 유럽 특허도 종료된다. 이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프롤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고 최근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 도입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가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AI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노피(프랑스)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연구개발(R&D) 기간을 기존 주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단축했다. 아울러 CEO들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글로벌 규제 변화,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인플레이션 등을 꼽았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복제약인 우리 업계 현실에서 특허 절벽은 기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가뜩이나 연구개발에서 우리 업계가 따라가기 힘든 현실에서 글로벌 업체들이 AI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우리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