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웨이, 세라젬 등 주요 중견 가전업체들이 현지화에 실패한 해외법인을 속속 정리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 사업을 접는 대신, 주력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며 해외영토를 넓혀간다는 복안이다.
2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2021년 6월 설립한 일본 법인 ‘코웨이 재팬’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코웨이 재팬의 매출은 설립 첫해인 2021년 31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50억원, 2023년 48억원, 지난해 26억원 등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23억원)를 제외하곤 매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에 허덕였다.
코웨이의 일본 진출 실패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웅진그룹에 소속이던 웅진코웨이가 2003년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가 2013년 현지 사업을 청산한 바 있다.
세라젬은 2023년말까지 지분 70%를 보유하던 터키 판매법인 ‘세라젬 유라시아 마사지 에킵만라리’의 파산 절차를 지난해 완료했다. 이 회사는 같은 해 파키스탄 판매법인인 ‘세라젬 헬스케어 파키스탄’ 청산 절차도 마무리했다. 세라젬은 파키스탄 판매법인의 지분 99.90%를 보유하고 있었다. 세라젬 측은 “현지 법인이 없더라도 약 70여개국 보유하고 있는 2500여곳의 매장을 통해 제품 판매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바디프랜드는 미국 법인 3곳 중 한 곳인 ‘바디프랜드 USA INC’에 대해 지난해 3분기 청산 결정을 내렸다.

주요 중견가전기업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핵심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코웨이 말레이시아 법인의 매출은 1조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코웨이가 지난해 ‘매출 4조 클럽’에 입성하는 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회사는 태국(149억), 인도네시아(103억원), 베트남(94억원) 주요 해외법인에서 100억원안팎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말레이시아의 흑자 규모(1057억원)가 이를 훨씬 웃돌며 여타 지역의 부진을 충분히 메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사업이 서서히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세라젬의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은 24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 늘었다. 특히 ‘세라젬 메디컬(베이징)’을 필두로 중국시장에선 전년 대비 36.4% 증가한 17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라젬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베트남 등은 엔데믹 이후 매출이 회복세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디프랜드는 2023년 5억9000만원에 그쳤던 중국 매출이 지난해 65억원까지 10.1배 급증했다. 미국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매출이 35억3000만원에서 67억6000만원으로 갑절로 늘었다. 바디프랜드는 2017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현지 법인 ‘바디프랜드 INC’를 운영 중이다. 보유 지분은 60.93%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