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자에서 동맹군으로. 국내 철강 1~2위 기업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트럼프발 철강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차그룹은 21일 서울 강남구의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석원 현대차 기획조정본부장(부사장)과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사장) 등 양 그룹 경영진이 참석해 협력을 약속했다.
협약의 골자는 포스코그룹이 현대차그룹 자회사인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고,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해당 제철소는 자동차강판 특화로 연간 생산규모 270만t을 2029년부터 상업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번 합작은 자금 사정으로 총 58억 달러(8조5000억원)에 달하는 제철소 투자금 가운데 절반을 외부에서 충당해야 하는 현대제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철강 관세를 피해 북미 생산 거점 마련이 절실해진 포스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두 그룹은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세계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경쟁력과 현대차의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이주태 사장은 이번 협약에 대해 “글로벌 통상 압박과 패러다임 변화에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등 그룹 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 및 전동화 리더십 확보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철강 업계, 나아가 한국 산업계를 둘러싼 심각한 도전에 따른 위기의식 심화가 두 그룹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철강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 국내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철강 자이언트 기업이 힘을 합친 것은 산업계에 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