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2022년 시작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접는다. 후발주자로서 정체된 시장 성장세 및 경쟁구도 심화 등의 여러 악재를 뛰어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이로써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5년 내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LG전자는 22일 “LG전자 E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키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LG전자는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완속∙급속 충전기 등의 제품을 개발∙출시해왔지만, 시장의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 철수 결정으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구성원 전원은 LG전자 내 타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비차저도 청산 절차를 밟는다. 앞서 LG전자는 2022년 10월 하이비차저(구 애플망고)의 지분 60%를 사들였고, 같은해 12월 하이비차저가 스필로부터 EV 충전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다만 사업 종료 후에도 공급처 대상 유지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사업 철수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유니콘 사업’으로 조기 전력화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 수립’이란 제목의 공시에서 “전기차 충전 사업 및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전기차 충전 사업을 통해 5년 내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에서 8%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지만 이러한 계획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LG전자는 그간 전기차 충전사업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LG전자는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실차시험소’를 뒀다. 이 곳에선 자사가 출시하는 국내외 모든 전기차 충전기로 글로벌 차량 제조사들이 판매 중인 전기차를 직접 충전하며 화재 안정성, 전압 및 주파수 변환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기차 충전기의 전자파 방출량을 테스트하는 EMI체임버, 전기차 충전기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EMS쉴드룸을 통해 품질력 제고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지난해 6월엔 북미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LG전자는 관계자는 “향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냉난방공조)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