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등으로 한국의 수출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한국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소비심리가 다섯달째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씨티은행이 발표한 한미 통상 협상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통상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기존 25%에서 기본관세 수준인 10%로 15%포인트 하향 조정되더라도 실효 관세 하락은 6.7%포인트(20.7%→14.0%)에 불과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가운데 34%를 차지하는 자동차·부품이 25% 품목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씨티는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모델을 활용해 통상 협상에 따른 관세 충격이 한국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이 올해 2분기부터 서로 100% 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첫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에선 올해 한국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졌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간 통상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미·중 간 갈등이 계속된다면 관세가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성장률의 경우 시나리오 1(한국 상호관세 10%)에서 2.2%포인트, 시나리오 2(한국 상호관세 25%)에서 2.3%포인트 하락한다. 또한 씨티는 시나리오 1과 2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에서 내년 말 1.00%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총 1.75%포인트, 0.25%포인트씩 내린다고 가정하면 7회 인하다. 다만 미·중 관세 갈등이 완화하는 시나리오 3에서는 성장률 타격이 감소한다.
국내외 기관 역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절반으로 낮췄다. 블룸버그가 지난 10일 42개 국내외 기관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1% 수준이다.
글로벌 통상여건 악화와 내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소비심리도 다섯달째 비관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전월(93.4)보다 0.4포인트 올랐다. 3월 1.8포인트 하락 후 1개월 만의 반등이지만 지난해 12월 88.2를 기록한 후 5개월 연속 100선을 하회하고 있다. 소비심리지수는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을 기준값으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