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일전자가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로 론칭했다가 실패한 브랜드 ‘더톤(THE TON)’을 이른바 ‘가성비 브랜드’로 3년 만에 다시 활용해 촌극을 빚고 있다. 과거 시도했던 고급화 전략이 시장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합리적인 가격대를 강조하며 종전 브랜드를 재사용하는 셈이라서다.
24일 생활가전업계에 따르면 신일전자는 지난 23일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새로운 생활가전 브랜드 더톤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브랜드 론칭과 함께 판매가가 9만650원인 ‘더톤 BLDC 선풍기’를 출시했다. 이 밖에 12인치~14인치 선풍기 신제품의 가격대는 4만210원에서 5만9900원선에 불과하다. 신일전자는 더톤을 통해 5만~1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품질을 갖춘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날 신일전자가 론칭한 브랜드명이 3년 전 자사의 것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신일전자는 2022년 2월,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강조하며 더톤을 론칭했다. 당시 신일전자는 “스마트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겸비한 가전으로 일상에 활기를 더해줄 수 있도록 프리미엄 브랜드 더톤을 론칭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100만원 초반대인 ‘더톤 스마트 TV’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외면 속에 프리미엄을 표방했던 더톤 브랜드는 사실상 사장(死藏)됐다. 어설픈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를 두고 “요새 어설픈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비자들로부터 배척받게 마련”이라면서 “(더톤을) 합리적인 브랜드로 론칭하겠단 건 구색을 맞추기 위한 설명에 불과하다. 실제론 그간 프리미엄을 표방했던 전략이 시장에서 수용되지 않자 3~4년 후 가성비 브랜드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일전자는 더톤을 합리적 가격대의 생활가전으로 키워내겠다는 방침이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더톤은 신일전자의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담아낸 브랜드로,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을 제안하고자 기획한 브랜드”라면서 “초기엔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시도했지만, 더 많은 고객에게 접근 가능한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현재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생활가전으로 방향을 넓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