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가 온다] 중국판 아마존 징둥까지…국내 시장 영향은

중국판 아마존 징둥이 한국 진출 수순에 들어가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징둥로지스틱스 이천 물류센터. 징둥로지스틱스 제공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징둥(Jingdong)이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른바 반쿠팡 연대를 구축해오던 국내 어커머스 업체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유통·물류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징둥닷컴(JD.com) 산하 물류기업인 징둥로지스틱스가 최근 인천과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마련해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판매자들의 물류 사업을 대행한다. 우선은 미국 소비재 브랜드의 한국 내 물류 대행과 국내 뷰티 기업의 해외 진출 관련 물류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둥닷컴 계열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징둥 월드와이드를 통해 한국산 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해외 직접판매(역직구) 물류 서비스도 운영한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중국의 중소 물류업체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물류 대행 업무를 맡은 적은 있지만 한국에 물류센터를 세워 직접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징둥로지스틱스의 한국 내 물류센터 확보가 징둥닷컴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징둥닷컴은 해외 시장 진출 때 통상 물류 기반부터 마련한 뒤 진입하는 방식을 써왔기 때문이다.

 

1998년 중국에서 설립된 징둥닷컴은 현지 최대 이커머스 업체로 미국의 아마존이나 한국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처럼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한다.

 

매출 규모는 2022년 기준 1517억달러(약 217조원)로 쿠팡(지난해 기준 41조원)의 4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한국 진출 시 파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징둥의 등기사항증명서를 보면 징둥닷컴은 이미 지난 2018년 한국에 징둥코리아라는 법인 설립을 신고했다. 징둥코리아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던 한국 사무실을 지난달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서울스퀘어로 옮겼다. 일각에서는 서울 중심부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을 본격적인 사업 확장의 신호탄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압도적 1위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전략적 동맹을 맺고, 합작법인(JV)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와 네이버, 컬리 등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 7일 배송을 시작했다. 네이버와 컬리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 서비스를 공식 오픈하는 내용의 동맹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이커머스 공룡인 쿠팡과 네이버, 그리고 한국 토종 업체가 분전하는 시장에서 극가성비를 앞세운 C커머스까지 가세해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징둥닷컴의 취급 물량이나 규모는 이미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며 “안 그래도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이 그야말로 생존의 벼랑 끝에 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