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 날씨를 보인 10일 낮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친구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주부 A씨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친구에게서 이번에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와 헤어진 A씨는 “(저도) 재테크에 관심 많고 주식 공부도 했는데, 포모(소외 공포감)가 심하긴 하다”며 아쉬운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주식에 제대로 투자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린 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50대 주부 B씨는 불안한 마음에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요즘 같은 불장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본 남편이 며칠 전 SK하이닉스에 3000만원을 속칭 ‘몰빵’한 탓이다. 그는 “주식에 정신이 팔린 남편을 말릴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5월의 여의도는 한여름보다 뜨겁다. 시중은행 딜링룸 전광판 숫자는 하루가 멀다고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가 칠천피를 넘어 역사적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그만큼 개인투자자 일명 개미와 그 가족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불장에 올라타지 못한 소외감에서부터 남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반도체 투톱 ‘삼전∙닉스’ 매도 시점까지 남모를 다양한 속사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7500선 턱밑 마감
1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899.13포인트(13.63%) 급등한 7498.00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로는 7.95포인트(0.11%) 올라 7500선 턱밑에서 장을 마감했다. 어린이날 휴장을 제외하면 지난 주 4거래일 내내 상승 마감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SK하이닉스(1.93%)가 장 후반 상승 전환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삼성전자(-1.10%)는 나흘 만에 하락 마감, 지수 상단을 제한했다.
지난 한 주 코스피는 전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독보적인 수익률을 달성했다. 각각 2위와 3위인 대만 가권지수(약 6.9%)와 일본 닛케이지수(약 5.8%)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개미, 불장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코스피가 지난 주 꿈의 지수대인 칠천피를 돌파한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이 3년 4개월 만에 최대로 불어난 걸로 나타났다. 급등장에서 소외될 수 있단 불안에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자금을 빌려서까지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상황이 반영된 걸로 풀이된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5029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 39조7877억원에서 불과 3영업일 만에 7152억원이 늘었다. 이 같은 잔액 규모는 2023년 1월 말 40조5395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도 계속 줄고 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696조511억원으로, 4월 말 696조5524억원 대비 5013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에선 증시 활황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확대가 영향을 미친 걸로 보고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