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가칭)을 발족하며 정부가 강조한 금융의 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에 착수한다. 이는 기존의 신용평가 체계를 혁신하고 중금리 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등 현재의 금융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내 추진단 킥오프 회의 개최를 목표로 실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분과 구성과 구체적인 안건 설정 등 세부적인 운영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진단 설립은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가 잇따라 금융의 공공성 결여와 소외 계층의 금융 배제 문제를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취약한 공공성을 비판하며 제도적 개선을 시사한 바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또한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유 있는 계층이 저금리를 누리고, 절박한 서민들이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현행 금융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과거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용 이력에만 의존하는 현행 신용평가 방식이 중저신용자를 구조적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과거 이력 중심의 신용평가 체계를 현대화하는 방안을 핵심 과제로 다룰 전망이다. 아울러 고신용자에게 대출이 집중돼 중금리 구간이 비어있는 이른바 ‘도넛’ 현상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27조8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 이상 줄어드는 등 공급 위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인터넷 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의 역할 재정립도 주요 의제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라는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 인터넷 은행과, 본래의 서민 금융 역할보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고신용자 영업에 치중했던 저축은행·상호금융권에 대한 강도 높은 혁신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정책의 객관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해 시민단체, 사회 활동가,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추진단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