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팔천피 고지를 목전에 두고 개인과 외국인 간 치열한 수급 공방전 끝에 축포를 터뜨릴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증권가에서 앞다퉈 코스피 전망치를 9000포인트 이상으로 올려잡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8월부터는 시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경계 섞인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 7999 찍고 반락
이달 들어 하루도 쉬지 않고 숨가쁘게 달려온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179.09포인트(2.29%) 내린 7643.15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131.17포인트(1.68%) 오른 7953.41로 출발한 뒤 이내 7999.67까지 뛰어올라 8000선 턱밑까지 고점을 높였다. 하지만 돌연 오전 10시를 넘어가며 나온 투매에 상승폭을 반납한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서 장중 한때 7421.71까지 밀리기도 했다. 순식간에 고점 대비 577포인트 이상 빠진 것이다.
역시나 수급 측면에서 개인과 외국인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펼쳐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5조6077억원을 순매도하며 물량을 쏟아냈으나, 순매수에 나선 개인이 6조6768억원어치를 받았다. 장중 팔자로 돌아선 기관도 1조209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눌렀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3대 주가지수가 강보합 마감한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날 국내 증시는 다시 고조된 미∙이란 종전 협상 불확실성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강세 등 상∙하방 재료가 혼재된 가운데 문을 열었다.
장 초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자, 시장에선 8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각각 29만4500원, 198만8000원까지 치솟아 종전 최고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열이란 표현도 부족할 만큼 최근 고점을 높여온 터라 차익실현 압박에 장중 동반 하락세로 전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각각 29.5%와 46.2% 급등하며 단기 고점에 대한 부담이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2.28% 떨어진 27만9000원, 혼조세를 보인 SK하이닉스도 2.39% 빠진 18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 가운데 SK스퀘어(-5.14%), LG에너지솔루션(-5.34%), 두산에너빌리티(-1.87%), 삼성물산(-3.76%) 등에도 줄줄이 파란불이 들어왔다. 하락장에도 HD현대중공업(3.21%)과 삼성전기(6.44%) 등은 올랐다. 현대차 종가는 전장과 같았다.
코스닥 지수도 장중 하락 전환해 전장 대비 28.05포인트(2.32%) 내린 1179.29에 마감했다.
◆코스피, 상승세 언제까지 계속될까
증권가에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모멘텀에 대한 낙관론이 여전히 우세한 분위기다. 실적 전망치의 상향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메모리 반도체는 AI 인프라 구조에서 단순 부품이 아닌 전체 AI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 성장성이 높은 피지컬 AI 시장까지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AI는 예고편에 불과하다”고까지 평가했다.
일각에선 코스피가 서머랠리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하겠지만 오는 8∼9월부터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같이 전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올 3분기부터 직전 분기 대비 둔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반도체 투톱의 내년 실적 모멘텀이 무뎌질 수 있는 데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투자 증가율도 내년에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점 등도 올 가을부터 반영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