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간 사후조정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면서 총파업이 현실화한 거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에 들어갈 경우 수십조원 규모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정부는 노사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긴급조정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고용부 장관은 긴급조정의 결정을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중노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또 긴급조정권 발동 땐 지체없이 그 이유를 붙여 이를 공표함과 동시에 중노위와 관계 당사자에게 각각 통고해야 한다.
이 경우 관계 당사자는 긴급조정의 결정이 공표되면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산업현장에 복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 경과 전엔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이후 중노위는 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을 바로 개시하게 된다. 조정은 15일간 계속되며 이러한 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조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직권중재를 통해 근본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개시된다. 실제로 1969년 8월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8월 아시아나항공과 12월 대한항공 파업 때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은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4일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당시 노사 자율교섭의 원칙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해당 제도는 사측이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유인을 키우는데, 이러한 이유로 노사 간 신뢰 구축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현재까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긴급조정권을 수용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완전히 박탈되는 셈이라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한국 정부에 해당 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삼성전자 노사에 대한 정부의 중재 절차가 결렬된 것과 관련, “정부는 노사가 대화 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사후 조정 결렬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는 말에 “파업 기간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부가 파업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 노사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에 대해 “대화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노위 중재안이 의미 없다고 한 삼성전자 노조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정부 사후조정에는 기한이 없고, 자율교섭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파업하고 말고는 노조의 선택이지만,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물밑이든 물 위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역설했다.
궁극적으로는 성과급 산정 때 객관적 기준을 통해 노사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하자본이익률(ROIC), 총주주수익률(TSR), 경제적부가가치(EVA) 등 객관적인 경영 지표를 기반으로 성과급 공식을 명문화해 노사 간의 정보 비대칭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교수는 이어 “노·사·외부 전문가 3자가 참여하는 중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성과급 산출 과정을 검증하고, 분쟁 발생 시 신속하게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