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축포에 가려진 그림자] 반도체 소외된 개미 빚투∙고물가에 신음

삼전닉스 쏠린 K자형 양극화
유가 상승 탓 물가 부담 커져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9.90포인트(0.38%) 상승한 7873.91에 출발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9.90포인트(0.38%) 상승한 7873.91에 출발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감당이 안되는 수준까지 와버렸어요”

 

 60대 주부 김모씨가 14일 어렵사리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소액으로 시작했던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로 생긴 채무가 근 7000만원에 달해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든 지경에까지 왔기 때문이다. 카드론에 캐피탈, 지인한테 빌린 돈까지 섞여 있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은 이같은 상황을 꿈에도 모른다는 것이다. 요즘 주식 좀 한다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말은 시중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숫자들이 아니다. 직장인 A씨의 지인도 최근 빚투한 걸 모두 잃어 결국 이혼까지 당했다고 한다. A씨는 “빚투는 정말 하면 안 된다”며 혀를 끌끌 찼다.

 

 #같은날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사무실. 책상 앞에 앉은 B씨의 데스크톱 모니터는 켜져 있지만, 글자는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SK하이닉스가 이달 들어 전날까지 50% 넘게 올라 190만닉스를 찍을 동안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은 고작 한자릿수에 머무른 탓이다. 요즘 같은 급등장에도 B씨의 체감은 오히려 멈춰선 쪽에 가깝다.

 

#경기도에 사는 한모씨는 요즘 식당에 들어서면 메뉴판 옆 작은 글씨부터 먼저 살핀다. 최근 자녀들과 오랜 만에 소고기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건네받은 영수증을 보고도 눈이 휘둥그레진 그다. 배부르게 먹은 것도 아닌데 하얀 바탕 위에 새겨진 검은 숫자는 ‘251,000’. 그는 당분간 배달 음식은 자제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코스피가 맹렬한 기세로 불기둥을 뿜고 있지만, 빛이 강렬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빚투로 인한 맘고생에서부터 불장 속 상대적 박탈감에 심상치 않은 물가 불안까지 축제 분위기에 가려진 소리없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투

 

 이달 들어 5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오다 지난 12일 하루 열을 식힌 코스피는 다시 빨간불을 켜고 팔천피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스피는 중동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난 지난달부터 가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그만큼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고음도 크게 울린다.

 

 가장 먼저 적신호가 켜진 건 빚투다. 빚을 내서라도 이번 상승장이 올라타려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조바심은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1일 기준 134조987억원으로 금융투자협회는 집계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25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가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지만 사실 경이로운 상승장을 주도하는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다. 이들 반도체 투톱이 코스피 시가총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K자형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물가에 소비심리도↓

 

 각종 경제 지표들도 하나둘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상승(21.9%) 여파에 전월(2.2%)보다 0.4%포인트 뛴 2.6%를 기록했다. 정부에서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 등으로 어떻게든 상승폭을 일부 누르고는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상방 압력을 계속 주입하고 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아직 근원 물가에 뚜렷하게 반영된 건 아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양호하던 지표에도 중동 전쟁 등에 따른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7.0) 대비 하락한 99.2를 기록해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도 과도한 빚투 열기와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의 표시하고 있다. 특히 은퇴를 하거나 앞둔 고령층의 빚투 또는 노후자금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에는 한목소리로 위험성을 경고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