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번 ‘불량남녀’는 확실히 실망스럽다. 개봉한지 2주일이 지났지만 관객 숫자도 전국 40만 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임창정표 코미디’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임창정이 비슷한 코미디를 답습하고 있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우트’(2007)의 흥행실패를 만회해보겠다며 임창정은 엄지원과 다시 한 번 뭉쳤지만 비극적인 결과를 내고 말았다. 사실 ‘스카우트’는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5.18 광주의 비극을 코미디 속에 녹여냈다. 임창정이라는 배우에게도 사회성이 부여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격파 배우로 성장한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도 모태는 코미디였다. 그러나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문제영화에 출연하며 권위를 높였다. 임창정도 ‘1번가의 기적’(철거민 문제), ‘만남의 광장’(남북문제) 등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권위까지 얻지는 못했다.
임창정을 평가절하 하는 영화계의 시선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술자리 이야기를 자주 털어놓는 그의 지나치게 가벼운 사생활 공개가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갈팡질팡하는 행보가 확실히 문제다. 특히 최근 들어서 임창정은 마치 자포자기라도 한 듯 작품 선택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임창정은 ‘불량남녀’를 개봉을 앞두고서 단 한건의 언론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작품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영화가 작품이 아니라 그저 돈을 버는 도구가 된 것이 아닌가까지 의심하게 된다.
임창정 배우 인생의 갈림길은 ‘해운대’였다고 생각한다. 윤제균 감독이 임창정 대신 설경구를 최종 선택하면서 임창정은 대작영화의 주연배우로 무게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이후 준비하던 몇 편의 영화들이 흐트러지면서 임창정의 필모그래피는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창정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즉흥연기에 강한 탁월한 코미디언이다. 그의 연기는 소시민의 삶을 대변하고 있기에 감동까지 준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에서의 가난한 남편의 모습을 표현해낸 것은 임창정이라는 배우의 드라마 능력까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임창정이 ‘불량남녀’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다음 작품만큼은 진정성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