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생보사들 한국 철수 고려하는 이유는?

‘향후 5년을 기점으로 한국 내 상당 수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한국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보험관련회사의 분석은 국내 생보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분석에서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국내 보험시장의 흐름과 관련, 4개의 포인트가 제시되고 있다.


명암 엇갈리는 외국계 생보사와 한국 토종 생보사

외국계 생보사들은 1980년대 말 이른바 토종보험사들의 '보험아줌마'들을 제칠 '넥타이부대'와 선진 금융기법, 막강한 해외자본을 바탕으로 국내 생보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이들의 금융기법과 넥타이부대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토종 대형생보사의 경우 지난 1년여에 걸쳐 상장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통 '아줌마식' 보험 판매에서 벗어나기 위해 첨단 영업기법과 마케팅 전략 및 상품개발에 있어 투자와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가 초창기 들여온 종신·변액보험, 대졸남성설계사조직, 마케팅 기법을 벤치마킹해 각종 통합보험 및 남녀혼합판매채널과 방카슈랑스 등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이와 반대로 외국계 생보사들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외국계 금융사'라는 이유만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외국생보사의 선진 기법이 더 이상 선진 기법으로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게 됐고 예전으로의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것.


국제 지급여력 규제(Solvency 2) 부담

현재 국제적인 지급여력과 관련된 규제(Solvency 2)가 강화되고 있어 외국계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대만의 경우 한국보다 저금리 현상이 더 심각하게 진행됐지만 보험사들의 상품을 통한 대응력이 부족했다. 보험업계 전반적인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외국사 스스로도 그룹에서 원하는 수준의 대응과 수익확대가 시장관계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Solvency 2'가 아시아와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장성 상품과 변액연금의 보증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줌에 따라 외국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 이들 나라에서 성장하는 것에 대해서 자본적인 부담이 발생하고 수익성이 약화돼 사업적 매력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과거 2~3년 전 유럽계의 보험사들이 대만 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시장과 일본시장에서 철수해 왔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 포화 상태 및 출혈 경쟁 심화

한 때 한국 보험시장은 외국계 생보사 사장(CEO)에게 아시아총괄대표로 승진해 가는 '지름길'로 작용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컸음을 뜻한다. 단적인 예로 ING그룹 나라별 실적발표 행사에서는 한국 법인의 경영 성과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 진입 당시 기대했던 수익성이 나오지 않고, 한국이라는 독특한 시장 환경과 23개 생보사들간의 출혈 경쟁으로 사업비 규모와 선투자가 늘어났다. A생보사의 경우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투자비용으로 썼다는 경영 진단이 나왔다.

외국계 기업은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해져서 본사 그룹에 원하는 수준의 성장이나 수익성을 가지고 기업 생존을 판단하는 성향이 짙다.

특히 시장점유율과 당기순이익 면에서 시장진입 때와는 다르게 '미래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국내 토종 생보사의 발전으로 수익성이 하락됨에 따라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정기적으로 실시 중이다.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근 20년 별 변함이 없던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 확대 기조가 2007 회계연도 당시 20.5% 정점을 찍었고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0회계연도 기준 외국계 시장점유율은 18.5%로 시장 축소는 계속됐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3월 “지난 반세기 동안 보험시장은 국가경제발전에 발맞춰 성장을 지속해 왔으나, 최근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우려한 바 있다.

연구원측은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에 따라 보험수요 또한 늘어나 보험사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더라도 성장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향후 인구고령화와 잠재성장률 둔화로 인해 통상적인 보험수요도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만 등 이웃나라 철수 사례

자료는 우선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등 아시아시장 철수 전초단계로 과거 5년간 대만에서의 사업 중단과 회사 매각을 예로 들었다.

2008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대만의 보험시장은 심각한 상황을 겪어 외국보험사 중 에르고ㆍ악사ㆍAIA 등이 대만시장을 철수했다. 
2008년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ING는 대만 내 생명보험 자회사를 대만 후본 파이낸셜에 매각한 바 있다.

6억 달러에 달하는 매각 금액은 올해 아시아 보험업계에 있어 가장 큰 규모였으며 이후 ING는 핵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 정리에 들어갔다.

또한 같은 해 미국정부로 부터 850억달러를 수혈받은 어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또한 200억달러 규모아시아자산과 대만 자회사 난샨생명을 아시아와 유럽 기업에 매각했다. 또한 미국계 메트라이프도 대만 시장을 지난해 4월 철수했다. 이유는 시장 환경이 자사의 투자 전략과 사업 목표와 맞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로써 메트라이프는 AIG그룹과 ING그룹에 이어 2008~2009년 사이 대만 보험시장을 떠나는 3번째 외국 보험사가 됐다. 일부 유럽계 보험사들은 현재 대만 뿐 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 철수 단계에 이르고 있다.

실제 한국 시장도 전반적으로 대만시장과 같은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럽계 중심의 외국금융사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남희 세계파이낸스 기자 nina1980@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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