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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금지 조처가 시행된 후 첫 주말인 지난 3월18일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 내부. 사진=오현승 기자 |
앞서 이 면세점은 지난해 ''일본인 관광객 활성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린 후 일본 주요 도시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롯데면세점은 다음달 3일 정식개장(그랜드 오픈)하는 롯데월드타워 여행상품 등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발 단체관광객 중단이라는 대형 악재를 맞은 면세점업계가 대안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고객 국적 다변화에 나서는 동시에 내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이벤트도 강화하고 있다.
다만 투자 대비 성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외 관광객의 비중이 낮고 소비 성향 또한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 일본·동남아·중동 등으로 눈돌린 면세점
국내 면세점업계는 관광객 국적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국내 입국자수가 많은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중동으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남이섬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동남아와 무슬림 개별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이 면세점은 남이섬이 연간 방문객수 약 330만명 중 외국인 비중(약 40%)이 높고, 이 ×諍?43%는 개별관광객(FIT)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남이섬은 외국인관광객 중 비(非)중화권 관광객이 절반을 넘어 관광객 다변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시내면세점인 갤러리아면세점도 동남아, 중동 지역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 79개사와 송객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다음달엔 중동 여행 페어에 참가해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서울 시내면세점이 위치한 63빌딩 내 고급레스토랑 4곳이 지난해 할랄 레스토랑인증인 ''무슬림 프렌들리''를 획득한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내국인 대상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시기나 업체별 차이는 있지만 국내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 비중은 약 25% 수준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2238만명으로 직전년도(1931만명)보다 15.9% 늘었지만 해 5월 징검다리 연휴, 10월 추석연휴 등 황금연휴가 몰린 점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까지 ''내국인 나이트''행사를 열고 오후 6~9시에 300달러 이상 구매시 1만원 선불카드와 1일 데이터 로밍권을 준다. 또 1달러 이상만 구매 후 경품행사에 응모하면 총 5명(동반 1인 포함) 프랑스 남부 4박6일 여행 패키지도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5월10일까지 문화, 다이닝, 야외 나들이 3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스프링 블로썸'' 이벤트를 연다. BC카드로 당일 4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2매, 하나카드 당일 2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하남 아쿠아필드 워터파크 이용권 2매를 준다.
◇ ''국적 다변화가 답이지만…'' 중국인관광객 메우기엔 역부족
업계는 다음달부터 단체관광 중단 여파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주요 면세점의 이달 매출은 20~30% 가량 꺾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인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기 어려울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현 상황을 이어갈 경우 중국인에 대한 면세점 매출은 33억4400만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입국자수는 807만명으로 1년간 한국을 찾은 관광객(1724만명)의 46.8%에 이른다. 중국인관광객은 해외여행 藍?일면서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일본인관광객수를 앞질렀는데, 한국 또한 일본, 동남아 등과 함께 수혜를 입었다.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객(아웃바운드)수는 지난 2014년 11월 처음으로 1억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대안으로 꼽는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 2012년 352만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난 2015년 184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서야 230만명으로 200만명대에 재진입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관광객은 중국에 버금가지만, 중국 대비 비중은 28.5%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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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23일 도쿄 리츠칼튼 호텔에서 한국 여행상품 박람회를 개최했다. 사진=롯데면세점 |
한국을 찾는 동남아나 중동 지역 관광객수는 이보다도 훨씬 적다.
지난해 기준 방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화권인 대만과 홍콩이 각각 83만명, 65만명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을 뿐 태국(47만명), 말레이시아(31만명), 인도네시아(29만명) 등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할랄 음식과 의료관광으로 어필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국내 입국자수는 19만명으로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2.4%에 불과했다.
씀씀이 측면에서도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관광객의 공백이 적지 않다.
국내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3분기 국적별 매출을 보면 중국인의 비중은 69.3%, 일본인은 3.3%다. 양국의 국내 입국자수는 3.5배이지만, 매출액 비중은 21배나 차이가 난다. 중국인관광객의 소비성향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닐슨리서치 자료를 보면 여행시 중국인관광객의 주요 참여활동은 쇼핑(97%)이 관광(84%)보다 많다.

인천공항면세점을 담당하는 국내 면세점업계의 한 임원은 "중국인들이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 등을 살 때 일본인은 마스크팩 몇 장 사가는 데 그칠 정도로 소비행태가 다르다"며 "가뜩이나 엔화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아 일본인관광객의 지갑을 여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내부에선 늘어나는 중국인관광객만 믿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반성도 나온다. 국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변도의 매출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급증하는 중국인관광객에 의한 매출 증가에 취해있던 건 사실"이라면서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일본과 동남아 시장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