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내년 은행업 수익성·성장성 악화 불가피"

금리인하에 업권 안팎 경쟁도 심화
"지방은행 수익성 악화·자산건전성 관리 유념해야"

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 금융동향과 2020년 전망' 세미나에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이 내년 은행산업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시장금리 하락 등의 요인으로 내년 국내은행이 수익성이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출자산 증가율 역시 올해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 금융동향과 2020년 전망' 세미나에서 '은행산업 환경변화와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 같이 진단했다.   

 

이 실장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경쟁 심화, 순이자마진(NIM) 하락 및 수수료 관련 영업 위축 가능성,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 및 소비자보호 관련 비용상승 등의 요인으로 내년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는 7%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시장금리 하락이 수익성을 악화시킬 거라면서 거시환경, 경쟁환경 및 규제환경 측면에서 복합적인 수익성 악화 요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新)예대율 규제 적용, 인터넷전문은행 영업 확대 및 신규 인가 가능성, 오픈뱅킹 시행 등은 예금 수취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자산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량 기업 여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은행 간 및 비은행금융회사 간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자수익 이외에도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비용 및 오픈뱅킹 시행에 따른 펌뱅킹 수수료 수입 감소 등은 비이자이익 수익성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꼽았다.

 

이 실장은 내년 국내은행의 성장성이 올해보다 소폭 나빠져 대출증가율이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봤다. 국내은행의 대출증가율은 올 상반기 6.1%이었는데, 이 수치는 올 하반기 5% 중후반으로 하락한 후 내년엔 5%초중반대로 소폭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실장은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내년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면서 "혁신금융 강화 정책은 긍정적 요인이나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은행경영의 핵심과제로 △수익기반 강화 △디지털 전략 강화 △수익기반 글로벌화 △소비자신뢰 개선 등을 꼽았다. 이 실장은 "신규 사업기회 발굴을 위해선 중금리 가계대출이나 담보가 취약한 혁신기업의 지적재산권(IP) 및 동산담보대출 등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 시장 진출 확대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 NIM이 높은 시장에 진출 시 ROE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내년 은행산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금융연구원보다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 소장은 "내년 은행업 대출 성장률을 5%수준으로 전망되지만 ROE는 6%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소기업 기업경기실사지수나 주요 산업단지의 가동률 하락 등의 여건을 봤을 때 중소기업 대출 쏠림현상이 심화할 경우 건전성 관련 우려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도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에 대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국장은 "대출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시장금리가 낮으니 쉽게 롤오버가 되는 환경이다. 한꺼번에 (부실이) 터지는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며 "은행 건전성 관리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은행의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해 이 국장은 "지역경기가 워낙 어렵고 지방은행의 중기대출 비중도 높다"며 "게다가 지방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에 비해 만기가 짧아 NIM 하락폭도 시중은행에 비해 크다"고 설명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새 사업기회 발굴 및 전략적 해외진출이 향후 금융회사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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