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1분기 영업손실 1조원 이상…화학업계도 전망 ‘암울’

세계 경기 불확실성 심화 정제마진 악화…유가급락 재고손실도 커져
환율 급등세도 정유화학사 실적에 악영향…업황개선 3~4분기 돼야

코로나19 확산세가 글로벌 국가로 퍼지면서 국내 정유화학사들의 실적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가쇼크에 정유·화학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데 이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반등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은 최소 11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까지 예측되며,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 손실은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3200억원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에 비해 90% 이상 하향 조정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실적도 하향 조정돼, 정유 4사를 모두 합치면 총 1조원 이상의 분기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화학업계의 1분기 실적 전망도 우울하다. 대형 화학주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45.3%, 42.6% 쪼그라들었다. 화학 업종은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가 지난 1월 20일 이후 65.7% 감소했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줄어든 900억원대에서 1600억원대 사이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약 55% 감소한 1313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세계 경기 불확실성 심화로 정제마진이 악화하고 있다. 3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4달러를 기록하며 지난달 둘째주(4달러)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 수익성을 나타낸다.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은 배럴당 4~5달러로 그 이하를 기록할 경우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폭락한 것도 정유사들의 재고 손실을 키우고 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사서 정제해 판매하는 데까지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의 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1240원대로 상승해 부담감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도 정유화학사의 실적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0.30원 급등한 1286원을 기록했다. 장중 128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은 127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시나리오 수립 및 시장 모니터링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결제통화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지만 환율 변동폭이 워낙 커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유 수요 자체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봐도 될 것”이라며 “정유·화학주에서 대형주들이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정유 업황 개선 시점을 3~4분기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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