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M 하락·건전성 악화 등 삼중고 시달리는 은행, 新 수익원으로 난관 돌파

“대출 줄이라면서 상공인 대출은 늘려라”…모순된 숙제 받은 은행
디지털 강화·해외진출 확대 등 신 수익원 창출 모색

그래픽=권소화 기자

[세계비즈=안재성 기자]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 하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부담, 건전성 악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초저금리로 NIM은 떨어지고 불황 때문에 대손비용은 증가해 올해 당기순이익이 1조5000억원 이상 급감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은행들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디지털 강화, 해외진출 확대, 인수합병(M&A) 등 신 수익원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지원·리스크관리 동시에 어떻게?”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던 은행들이 올해는 초반부터 잇따라 덮쳐오는 대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우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0.5%포인트나 인하하면서 역대 최초로 ‘제로금리(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갈수록 은행 NIM도 후퇴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은행권의 지난해말 NIM은 1.56%(금융감독원 집계)로 전년말(1.67%) 대비 0.11%포인트 떨어졌는데, 여기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것이다.

 

노용훈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올해초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은행 NIM은 0.0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며 밝히는 등 은행들은 대략 이 정도로 재무 계획을 잡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상상 이상으로 번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완화도는 은행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올해 NIM 하락 여파로만 5대 시중은행에서 순익이 1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지원 부담도 은행의 어려움을 깊게 한다. 정부와 금융권의 협약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여신 회수 자제 및 신규 자금 지원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등에 협력해야 한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조원, 증권시장안정펀드는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데 여기에 5대 금융지주가 10조원 가량 출자해야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연 1.5%) 자금 지원에서 기업은행은 5조8000억원, 시중은행은 3조5000억원의 공급 책임을 맡았다. 연 1.5%를 넘는 이자는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나 얼마나 줄지는 불확실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명 일반적인 대출보다는 손해일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며 “대손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기에 중소기업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의 건전성 악화도 염려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54%)이 0.09%포인트,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33%)은 0.04%포인트씩 각각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시화되기 전”이라며 “3월부터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 연체율이 대폭 상승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이 큰 대구은행, 제주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4일 국내 지방은행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를 시작했다.

 

무디스는 코로나19 감염자 수 대부분이 대구·경북지역에 집중된 상황이라 대구은행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주은행에 대해서는 관광객 수 급감에 주목했다.

 

정부의 모순된 태도 역시 은행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코로나19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니 리스크관리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을 줄이며(리스크관리를 강화하며), 대출을 늘려라(코로나19 금융지원하라)는 이야기니 완전히 모순된 지시”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은행 NIM과 대손비용률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NIM 0.15%포인트 하락, 대손비용률 30%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은행 이익은 20% 가량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탓에 은행권의 대손비용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은행 전체 순익이 1조6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新 수익원에 집중하는 은행

 

 

 

코로나19가 유발시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주된 전략으로는 디지털 강화, 해외진출 확대, 적극적인 M&A가 거론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핀테크, 빅테크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폭 넓은 민관‧산학 협력을 통해 지식의 융합을 시도해 나가겠다”며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누구나 신한의 혁신금융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이와 관련, ‘트리플-K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5년간 혁신기업에 62조원을 지원하고, 2조1000억원의 직접투자도 실행할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에서는 매트릭스 기반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매트릭스 조직의 운영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매트릭스는 글로벌 투자금융(GIB), 글로벌 부문, 글로벌 그룹고유자산운용(GMS), 퇴직연금 등 5개 매트릭스로 구성돼 있다. 현재 관심을 두는 나라는 베트남 등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단순·반복적인 일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로 대체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초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해외 사업은 동남아와 선진시장의 투트랙 전략을 취할 방침이다. 윤 회장은 “선진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투자금융(CIB), 자산관리(WM) 등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KB금융은 과거 KB증권, KB손해보험 등의 인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M&A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다. 최근 푸르덴셜생명을 노리고 있는데, 이는 KB금융의 약점인 생명보험 부문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유휴서버로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AWS)를 제공하는 아마존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디지털 강화를 주문했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란 이름으로 글로벌 핀테크 사업을 추진하는 등 해외진출도 디지털과 연계하고 있다. 이미 대만, 태국 등에서 하나머니 현지 결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대할 방침이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은행의 비이자이익 부문과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은 자산이익률 중심 사업전략을, 보험사와 증권사는 장기가치, 상품 중심 사업전략을 세우고, 해외 사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M&A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캐피털‧저축은행 등 중소형 M&A뿐 아니라 증권‧보험 등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M&A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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