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표류하는 은행권 하반기 공채

채용 일정·방식 등 확정 어려워…“시험장서 코로나19 전파 우려”
IT 인력 중심으로 수시채용 진행…현실이 된 ‘문송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탓에 은행권 하반기 공개채용이 표류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필기시험이나 면접을 진행하기 힘들다보니 주요 은행의 공채 일정 모두가 미정이다. 그러면서도 정보기술(IT) 분야 등은 수시채용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있어 은행권에서마저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가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벽에 부딪힌 공채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개 은행 중 하반기 공채 일정을 확정한 곳은 아직 하나도 없다. 대개 은행권은 8월말에서 9월초쯤 공채 일정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지난달 중순 일어난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공채 진행이 올스톱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실시하고, 은행 내부적으로도 분산·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와중에 공채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상반기 공채도 못한 만큼 하반기 공채는 다들 꼭 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감염 위험 탓에 공채 방식을 확정하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은행들의 고민은 지난 2018년 제정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과 코로나19 방역과의 충돌이다.

 

모범 규준에 따라 공채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다보니 필기시험은 사실상 필수가 됐다. 그러나 충분한 거리를 두면서 수천 명의 지원자들이 모두 들어갈 만한 대규모 시험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은행의 공채 지원자 수는 보통 수만 명”이라며 “서류 전형을 통해 10분의 1로 줄인다 해도 수천 명이 한꺼번에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자칫 시험장이 대규모 감염의 현장이 될 수 있으므로 은행으로서는 고민이 큰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면접 역시 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각 은행들은 온라인 시험과 면접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인프라가 구비돼 있지 않아 갑자기 시행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IT 등 필수인력은 수시채용…좁아지는 공채 ‘문’

 

한편 각 은행들은 공채가 어려워지자 IT 등 필수인력은 일단 수시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금융이 대세가 되면서 은행도 IT 인력의 수요가 늘어 경력을 갖춘 전문가를 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수시채용을 실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데이터, IT 부문 인력을 채용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지털 인력 보강을 위해 현업 부서에 채용 권한을 부여하는 '비스포크(맞춤형) 수시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6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디지로그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디지털, IT, IB, 자금 등 4개 부문의 전문인력을 채용했다. 지난 7월 임원 면접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의 IT 인력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당장 현업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하기에 경력직 위주의 수시채용은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IT 등의 경력직 수시채용은 필기시험이 필요 없기에 절차가 간소하며, 채용 인원도 적어 1대1 면접 등을 진행하기 수월하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가 훨씬 편한 것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점차 수시채용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다. 이미 하나은행은 먼저 올해부터 공채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인재를 뽑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은행들도 뒤따르는 흐름이다.

 

다만 수시채용이 일반화될수록 은행의 공채 문은 점점 좁아진다. 특히 요새 은행권에서 각광받는 IT 인력은 이공계이기에 문과생의 어려움은 배가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은행은 문과 출신 취준생의 최고 인기 직장이었다”며 “그러나 모바일금융의 발달로 IT 인력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은행에서도 ‘문송합니다’가 현실이 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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