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노딜’ 후폭풍… HDC현산·금호 소송전 예고

2500억 반환두고 법적 공방 전망…현산, 재무악화 등으로 재실사 요구
채권단, "계약 불발 책임 현산에 있어"…중대악화 사유 적용 여부가 변수

항공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불발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HDC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며, 그해 12월 금호산업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계약을 맺은 뒤 총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계약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를 들며 12주 재실사를 요구했고,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채권단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회동을 갖는 등 조율에 나섰지만 결국 ‘노딜(인수 무산)’로 마무리됐다.

 

항공업계는 HDC현산이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산 측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등 자본잠식이 심각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인수 무산의 책임이 아시아나 측에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재실사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도 재무 악화와 이에 따른 계약 파기의 귀책 사유가 아시아나에 있음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현산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주식 인수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3개월 뒤인 지난 7월 말에는 재무구조 악화, 회계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재실사를 요구했다. 여기서 언급된 ‘거래 종결 선행 조건’을 지켰는지가 앞으로 계약금 반환 소송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HDC현산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387%에서 반년 만인 올해 6월 2291%로 급증했다. 액수로는 4조5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반면 채권단은 계약 불발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는 입장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8월 26일 경영자 간 면담이 진행됐고 채권단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고통 분담안을 제시하는 등 노력했지만 HDC현산은 기존 입장 변화가 없었다”며 “금호산업, HDC현산 모두 서로 귀책사유를 주장해 계약금 반환소송 등 여러 가지 소송이 진행될 개연성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M&A업계는 피인수 기업의 가치가 중대하게 훼손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경우 매수자가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중대악화사유(Material Adverse Change·MAC)’ 조항 등의 적용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 계약금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인수 추진 당시 납부했던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1260억원을 돌려받기까지는 9년이 걸렸다.

 

한편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 1호 지원 대상이 되면서 지원 자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부에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어려운 기업은 지원 불가’라는 정부 방침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작년 4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387%에 이르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경영난에 허덕여왔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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