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R&D 규정 악용해 중소기업 몫 혜택 ‘꿀꺽’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관련 규정의 허점을 악용해 중소기업 자격을 획득하고, R&D 사업 한 건당 수억 원가량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으로부터 제출받은 ‘수요기업 참여 R&D 과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현재까지 대기업이 중소기업 자격으로 혜택을 받는 ‘수요기업’으로 대기업 자신을 등록한 사례가 14건 확인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따라 소재·부품·장비 대책을 마련하면서 R&D 결과에 대한 수요기업이 있을 경우 R&D 과제의 정부 출연금을 확대하고, 민간부담분을 줄이는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예컨대 한 기업이 ‘개발기업’으로서 R&D 과제 수행을 준비하며 해당 R&D의 결과를 활용할 ‘수요기업’을 찾아 등록하면 민간부담금을 50% 줄여주고, 민간부담분 중 현금 부문을 3분의 2 수준까지 추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강 의원은 수요가 있는 R&D를 적극 지원한다는 취지와 달리 대기업들이 정부 출연금을 더 타내고 부담해야 할 민감 부담금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수요기업으로 참여하기만 하면 기업 유형과 관계없이 중소기업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의 단서 규정으로 인해 대기업이 개발기업으로서 수행하는 R&D 과제의 수요기업으로 대기업 자신을 등록하는 소위 '셀프 등록'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강 의원은 “실제 대기업이 개발기업과 수요기업 지위를 동시에 누리는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 수준의 혜택을 받아 가는 것은 완전한 편법”이라며 “산기평은 수요기업을 엄격히 심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기업의 정의와 혜택을 제도 취지에 맞게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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