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채권 발행 열풍 속 사후 관리 체계 미흡

ESG 채권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후 관리 체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증권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ESG 채권 등급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사회적채권 발행 관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1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을 인정 받은 채권이다. 당초 모집액은 1000억원이었으나 6배가 넘는 자금이 유입돼 100억원을 증액했다. 5년물로 발행 금리는 1.548%다.

 

삼성증권은 5년 만기 ESG 채권을 700억원 규모로 오는 25일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녹색채권 최우량 등급인 ‘그린1’ 평가를 받았다. 그린1은 친환경이나 기후변화 위기대응 사업분야 투자목적으로 발행되는 녹색채권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KB증권은 최대 4000억원 규모의 3·5년물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5년물은 ESG 채권으로 이달 24일 수요예측을 통해 다음달 4일 발행할 계획이다. 이중 일부는 SRI(사회책임투자) 채권 형태로 만든다. 

 

미래에셋대우도 다음달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3·5·7년물 회사채 중 5년물을 ESG 채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규모는 1000억원이며 다음달 9일 발행할 예정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가 확대되면서 ESG 채권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ESG 채권 중 회사채로 발행되는 규모는 올해 20조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ESG 채권의 인증등급이 제각각이라 당분간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말까지 사회적 채권과 지속가능 채권에 대한 기준을 정립할 예정이다.

 

ESG 채권은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녹색채권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준이 정해졌다. 하지만 사회적 채권과 지속가능채권은 기준이 각기 다르다.

 

ESG 채권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ESG 인증시장에 진입한 신용평가 3사와 기존 검증 기관인 회계법인 간 밥그릇 싸움도 예상된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외에 사후 관리체계도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SG 채권 발행이 아직까지 초기 단계인 만큼 업계에선 속도에 치중하기보다 발행부터 사후 관리까지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사회적사업 분류체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국내 ESG 채권 시장은 녹색채권보다 사회적채권 비중이 높은 상황이기에 사회적채권 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정의 수립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발행사 입장에선 비용이 들 수 있지만 인증등급 초이스가 가능하다”며 “발행사가 검증기관의 경쟁을 악용할 경우 인증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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