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김대한 기자] G마켓, 옥션, 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에 주요 유통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 사모펀드 등이 대거 뛰어들었다. 롯데 등 전통의 유통 강자들은 물론, 글로벌 사모펀드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연간 거래액 20조원)를 손에 넣는 기업은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이커머스의 패권을 누가 쥐게 될 지 주목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이 주관한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 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는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의 경우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 절실하다.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온라인 유통에서 반전을 꾀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온’은 실적 부진으로 서비스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아 대표가 사임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세에서도 나 홀로 부진해 타격이 컸다. 흑자를 이어가는 이베아코리아를 인수하면, 롯데온은 이를 통해 27조원 규모로 성장해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롯데쇼핑이 구조조정 등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어 조 단위 M&A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통업체로는 이날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 계획을 발표한 이마트도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이 선전하고 있고, 네이버와도 손잡은 이마트까지 예비 입찰에 나선 것은 업계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여지를 그만큼 크게 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인수 시 성장이 정체된 11번가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손꼽힌 카카오는 막판에 불참으로 돌아섰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유통채널이 있어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평가됐으나, 인수 효과보다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 강화에 공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네이버와 쿠팡이 다른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면서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늦어질 경우, 유통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또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적자가 심한 구조다. 쿠팡의 적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경우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커머스 시장의 패권을 움켜쥘 수 있다.
다만 아직 본입찰 과정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참여 업체들의 실제 인수 의지가 분명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배포한 투자설명서(IM)가 생각보다 부실해 내부 사정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예비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마 다른 업체들도 같은 이유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각 주관사는 예비입찰 참여자 중 적격 인수 후보자를 선정한 뒤,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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