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ESG 경영에 나선 저축은행이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보다는 녹색금융을 강화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기업의 재무적 요소 외에 ‘지속가능투자’ 관점 등을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2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타 업권과 비교해 ESG 경영에 소극적이었던 저축은행들이 친환경 담보물 금리우대, 탈석탄 금융, 무공해차 전환 등 제2금융권 내 저탄소 경제 성장책을 내세우며 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나섰다. ESG 채권을 발행하는 은행, 카드사 등 타 업권과는 다른 방식이다.
저축은행의 ESG 경영은 소극적이었다. 빅데이터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국내 333개사를 대상으로 뉴스·커뮤니티·소셜미디어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에서 ESG경영 관련 게시물을 조사한 결과, 저축은행업계가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경우 0.9건으로 회사당 평균 1건도 되지 않았다.

이는 대부분 금융업권이 최상위 수준으로 나타난 것과 크게 비교된다. 금융지주의 경우 회사당 평균 1865.4건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713.3건) 업종을 제치고 가장 많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이어 신용카드와 은행도 각각 651.0건, 605.4건으로 전자(453.0건), 정유(387.6건), 통신(387.2건), 자동차(250.6건) 업종 등보다 앞섰다. 이어 증권 250.6건, 지방은행 87.5건, 생명보험 65.6건, 화재보험 55.7건으로 제약(36.2건) 중공업(32.0건) 건설(12.7건)보다 많았다.
카드사, 은행, 증권 등과 비교해 저축은행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채권발행’에서도 나타났다. 각 금융권은 ESG 채권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5대 금융지주(신한·KB·우리·하나·NH농협)가 올해 발행한 ESG 채권 규모는 2조6300억원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역시 현대카드가 지난 3월 45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올해에만 1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증권업계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가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 등 올해 총 5200억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보험과 캐피탈 업권의 경우 미래에셋생명이 업계 최초로 ESG인증을 받은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애큐온캐피탈 역시 내 A등급 캐피탈사로는 처음으로 14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경우 ESG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없다. 다만 친환경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우선 OK저축은행은 OK금융그룹과 함께 무공해차 도입을 선포하고, 임차한 차량을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및 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100%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저축은행은 한화그룹 내 계열사 등 5개사와 함께 국내외 석탄발전 관련 투자와 대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페퍼저축은행도 친환경 자동차 및 녹색 건축물 등의 친환경 담보물에 대해 금리우대를 제공하는 ‘페퍼 그린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예금자보호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하는 등 리스크가 존재하는 채권발행의 경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는 녹색금융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며,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하는 데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young070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