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기자] 부동산 규제와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이달 서울아파트 매매 등록 건수가 1000건을 훨씬 밑돌고 있다. 거래절벽 속 정부의 대출 정책에 따라 아파트값 9억원을 기점으로 한 매매 비중의 증감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아파트 매매는 1월 5796건, 2월 3874건, 3월 3788건, 4월 3666건, 5월 4795건, 6월 3935건, 7월 4238건, 8월 708건을 기록 중이다.
이달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난달도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달은 이미 후반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매매 등록이 700건을 겨우 넘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예년과 비교해 거래량이 지나칠 정도로 축소된 수준”이라며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너무 큰 데다, 최근 금융권의 대출 제한 기조가 강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9조7000억원 급증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당국은 금융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최근 NH농협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이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을 제한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달 금리 인상 이슈도 있어 금융권이 DSR(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면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가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 시점인 지난 6월 1일을 전후로 매물이 줄어드는 것도 거래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통계를 보면 서울아파트 매물은 지난 5월부터 꾸준히 감소해 3개월 전 대비 16.6% 줄어들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급감 속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특징을 보인다. 6억~9억원 매매 비중은 지난 4월 26.6%, 5월 28.7%, 6월 30.8%, 7월 33.7%에 이어 8월 들어 최근까지 43.8%로 치솟으며 큰 폭 상승했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의 절반 가까이가 6억~9억원 구간의 거래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무주택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폭을 10%포인트(p) 높였다. 주택가격 기준은 투기과열지구가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이 기존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됐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는 9억원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6억~9억원 구간의 매물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오름세다.
반면 최근 금융권의 대출 제한 기조 등의 영향으로 9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의 서울아파트 매매 비중은 이달 일제히 감소했다. 9억~12억원 매매 비중은 지난달 18.0%에서 이달 16.2%로, 12억∼15억원은 같은 기간 11.2%에서 9.9%로 줄었다.
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 15억원 초과의 매매 비중은 지난달 15.4%에서 이달 7.7%로 급감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고가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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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