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장’에 주거 대안 급부상한 민간임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최근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민간임대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 부담 없이 최장 10년간 안정적 거주가 가능해 초기 자본이 부족하고, 청약 가점이 부족한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난 등으로 주거 불안 성이 커진 상황에서 청약 문턱까지 높아지자 민간임대 아파트로 눈을 돌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입지가 좋은 일부 단지의 경우 수요자들이 몰려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실시한 ‘동두천 중흥 S-클래스 헤라시티’ 청약에는 466가구 모집에 총 16만6169명이 몰리면서 평균 청약경쟁률 356.58대 1을 기록했다. 이는 민간임대 분양 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또 9월에 분양한 ‘용인 수지구청역 롯데캐슬하이브 엘’은 715가구 모집에 16만여 명이 몰려 평균 227대 1, 10월에 청약을 접수한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 2차’는 1673가구 모집에 무려 18만여 명이 몰려 평균 10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민간임대 아파트는 2년 단위로 재계약해 최대 10년간 장기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돼 부담이 덜하다. 또 임대 기간 종료 후 분양 전환을 할 때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해 내 집 마련에 유리하다. 향후 내 집이 될 아파트에서 미리 살아보고 구입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민간 아파트보다 청약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다. 청약 시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거주 중에도 일반 분양 아파트에 청약 신청이 가능하고 취득세나 보유세 같은 세금 걱정도 없다.

 

시장 내 수요가 높아지자 건설사들도 민간임대 공급을 늘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일원에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282세대 공급에 나섰고, 호반건설은 대구 북구 침산생활권에 ‘호반써밋 하이브파크’의 임차인 모집을 계획 중이다.

 

시장에선 민간임대 아파트가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간임대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전매 제한이 없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웃돈을 붙여 입주권을 거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하지만 민간임대의 경우 공공임대와 달리 분양가격이나, 분양전환 방식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 내 집이 아닌 임대 매물일 뿐이고, 10년 뒤에도 분양 우선권이 무조건 주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인데 몇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민간임대 아파트에 붙은 프리미엄 가격은 몇 년 뒤 허공에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몇 년 뒤 분양 시점에서 입주 시점보다 집값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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