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지속…“자본유출·경기침체 우려”

제롬파월 미 연준 의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자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이번주 내도록 이어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3.728%로 마감했다. 3년물 금리가 3.5%를 넘어선 것은 2011년 4월 14일(3.73%) 이후 1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30년물은 3.551%로 마감하면서 단기물인 3년물 금리와 역전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5년물은 3.837%로 마감해 2011년 6월 3일(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은 3.767%로 마감하면서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역전됐다.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경제 침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 증시 및 금융 시장의 침체기가 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7,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물 금리 상승은 불가피한 반면 장기물 금리는 성장 둔화 우려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사실상 초입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 고착화나 국채 금리 상승 지속 등 이상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과거에도 한미 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었지만 그동안 외국인 채권 자금이 주식 자금보다 빠져나간 정도가 크지 않았다”며 “최근 우리나라 국채시장을 보면 빠져나가는 게 더 커지고 있다. 금리차가 많이 벌어지면 돈이 들어올 요인이 아무래도 적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은 “한국과 미국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유출 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입물가를 끌어 올려 인플레이션을 높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과거의 경우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늘고 경기에도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원화만 약세가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속에서 다른 통화들도 똑같이 약세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약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과거와 다르다는 시각도 많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내려가는 등 원화가 강세였지만 최근엔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수지 역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리가 조금 높은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한·미 금리차가 항상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금리 차가 역전된다고 자본유출이 대규모로 일어나거나 환율이 오르거나 하는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 상황을 볼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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