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파트 미분양 급증에 대비해야 할 때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아파트 미분양 증가가 심상찮다. 정부의 공식집계 상 지난 9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1604세대로 전월 3만2722세대 보다 8882세대 급증했다. 2021년 12월 1만7710세대에 머물던 미분양이 1년도 안 돼 135% 급증한 것이다. 이중 완공 이후에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만 7189세대다.

 

물론 현 수준은 역사상 가장 많은 미분양이 발생했던 2009년 3월의 16만5641세대의 1/4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절대 안심할 때가 아니다. 미분양은 부동산 시장의 경기 변동과 상황에 따라 단기에 물량이 폭증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당시에도 정부규제 등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 밀어내기 공급을 단행했던 건설사의 공급러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맞물리면서 2008년 6월 14만7230세대였던 미분양은 한 달 사이 16만호(2008년 7월 16만595세대)로 급등한 경험이 있다.

 

과거처럼 건설사(시행사)가 임의대로 미분양 물량을 축소·허위로 지자체에 제출하며 미분양 수치가 갑자기 튀거나 급증하는 문제는 줄어들었다. 아파트 입주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매매되지 않은 주택인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를 통해 청약접수 및 입주자를 선정토록 하는 무순위·잔여세대 청약제도가 안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분양 공식집계엔 공공분양 잔여세대 등이 미집계 된 데다가 올 해들어 주택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아파트 청약 및 분양시장도 위축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금리인상과 여신규제, 주택가격 고점인식 등으로 매수 관망이 커진 것은 비단 기존주택 시장만이 아니다.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이 크다. 원자재 가격인상이나 자재비 급등으로 분양가 상승요인은 커졌지만 주택시장의 매매차익 기대가 낮아지며 청약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실제 서울 1순위 청약경쟁률이 지난해 163.8 대 1이었으나 올해는 지난 1일 기준으로 26.1 대 1로 급감했다. 같은 시기 경기도는 25.4 대 1에서 7.8 대 1로, 인천은 21.4 대 1에서 13.7 대 1로 모두 청약경쟁률이 낮아졌다.

 

이뿐이 아니다.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청약통장을 사용한 전국 1순위 청약접수 건수는 지난해 298만9571건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1일 기준으로 80만4688건에 그치고 있다. 같은 시기 전국 1순위 평균 최저가점도 44.7점에서 38.9점으로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이 하향되고 있다. 중도금 집단대출을 전제로 한 아파트 청약수요의 경우 분양가 부담과 대출이자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면서 분양시장 지표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미분양으로 공식 집계되지 않은 공공분양에서도 시장침체와 관련된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을 완화하려 도입한 사전 청약 제도가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리며 사전청약 후 본 청약을 포기하는 세대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작년 사전 청약을 했던 ‘인천검단AA21블록’에 대한 본 청약 실시결과 320가구(39.5%)는 본 청약을 포기했다. 이보다 앞서 본 청약을 실시한 ‘파주운정A23블록’(당첨자 835가구)과 ‘양주회천A24블록’(612가구)도 각각 50가구와 145가구의 본 청약 포기 물량이 발생한 바 있다.

 

집값 하락으로 사전청약 당시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고, 일부 사업지는 급매물과 비교해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전청약 시 안내했던 본 청약 일정과 입주예정일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본 청약 포기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감춰진 미분양이 있을 수 있으며 향후 미분양이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음을 뜻한다.

 

미분양주택 통계는 주택경기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표다. 미분양 주택수가 크게 증가하면 주택사업이 잘 안되거나 투자 수요가 저조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수분양자는 분양시장 침체에 대비해 철저한 중도금 마련과 자금계획을 세우고 청약 시 알짜 입지와 분양가의 적정성을 따져 접근해야한다. 정부도 부동산 관련 대출(PF대출, ABS, ABCP 등) 등의 자금흐름을 집중 점검하고 향후 미분양이 더 급증한다면 건설사의 유동성 공급방안 마련과 규제지역 해제, 미분양 주택 수요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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