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황지혜 기자] 치질은 한국인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혈관질환이다. 통계청이 공개한 다빈도수술 질환별 순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치핵(치질)수술은 총 16만2000건으로 한 해 동안 한국인이 받은 수술 중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질은 치핵, 농양, 치루, 치열 등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총칭한다. 이중 치열은 괄약근이 섬유화돼 좁아지면서 항문이 찢어지는 증상이다. 치루는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터널이 생겨 구멍으로 분비물이 나오는 현상이다. 치핵은 항문이나 하부 직장의 혈관 조직이 커지고 늘어나 덩어리가 된 것으로 전체 치질 중 70-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경험하게 되는 질환이다.
치핵은 ▲딱딱한 대변, 지속적으로 변을 보기 위해 항문에 힘을 주는 경우 ▲복압이 증가된 경우, 골반 바닥이 약해진 경우 항문 점막하 조직을 압박해 항문주위 조직이 변성돼 항문관 주위 조직의 탄력도를 감소해 발생한다. 주요 증상은 항문 출혈과 항문 주변에 가려움증이다. 항문의 불편감과 통증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초기에 배변 후 화장지나 변기, 대변 등에 피가 비치고 항문 주위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치핵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유독 겨울에 치질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치질 수술은 17만 건이었으며 이 중 30% 수준인 4만9000건이 겨울철에 이뤄졌다.
겨울철 치질이 악화되는 이유는 날씨와 연관이 있다. 치질은 항문 주변 정맥에 피가 몰려 발생하는데 외부 기온이 내려갈수록 혈관은 수축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증상이 심해진다. 연말연시 잦은 모임으로 인한 식습관도 치질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하는 요인이다. 과도한 음주는 혈관을 확장해 치질 발병 위험을 키우고 술과 함께 즐기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안주 역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변비와 설사를 유발, 항문을 자극해 치질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굿모닝미항외과 강동범 원장은 “치핵 증상 초기에는 좌욕이나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면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하다”며 “2차 항문질환으로 이어지거나 만성치질로 심화될 수도 있는 만큼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 주변을 따뜻하게 유지하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혈액순환을 위해 하루에 5~10분 정도 온수 좌욕을 하고 추운 곳에 오래 머물거나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며 “또한 연말연시 잦은 모임으로 항문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고 느낀다면 당분간 금주하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고 채소, 과일 등 식이섬유를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부득이하게 술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면 공복에 술을 마시는 것을 피하고 자극적인 안주보다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