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뚜렷한 사계절이 위스키의 맛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한국의 특색’이 더해져 우수하고 개성있는 위스키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최근 서울 포시즌스호텔 오울(OWL) 바에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핵심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이날은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위스키 ‘기원’의 첫 번째 정규 제품 ‘배치(batch)’ 출시를 기념하기 위한 시음회가 열렸다.
기원은 당화·발효·증류·숙성 등 모든 생산 과정이 한국의 사계절 속에서 이루어진 국내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다. 이날 행사에는 도정한 대표와 40여년간 위스키 산업에 종사한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Andrew Shand)가 참석해 직접 위스키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출시한 정규 제품 ‘배치1’은 버진 아메리칸 오크에서 숙성된 위스키로 700㎖ 40도다. 남양주 소재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에서 생산되며,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맥아를 이용해 만든다. 도 대표는 “배치1을 40도로 출시한 것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선보이는 4번째 싱글몰트 위스키다. 회사 측은 배치1 출시에 앞서 위스키 원액이 한국 사계절 속에서 어떻게 숙성되고 맛과 향이 변하는지 보여주려 2020년부터 소용량 컬렉션 제품 3종을 먼저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되는 만큼 첫 번째 정규 배치로 소개된다.
‘오크, 캐러멜 향에 더해 한국적인 스파이시한 여운’. 배치1을 설명하는 문장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스파이시함’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는 한국 식문화에서 선호도가 높은 ‘매운 맛과 향’을 표현하려 했다.
행사에서는 증류 원액(59.9%)과 오크통에서 꺼낸 그대로의 상태인 ‘캐스트 스트랭스(57.7%)’, ‘배치1(40%)’을 한데 선보였다. 이날 시음한 증류 원액과 캐스트 스트랭스를 한모금 머금으니 기존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보기 어려운 강렬한 ‘매콤함’이 올라온다. 알코올의 알싸함이라기보다, 매콤하면서도 달달하다. 여기에 곡물의 달콤함·시트러스함, 과실향 등을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정한 대표는 “우리의 위스키는 글로벌 스카치 위스키처럼 만들되, 한국적 특색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 대표와 앤드류 샌드 마스터 디스틸러는 매운 맛에 대한 힌트를 동네 백반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제육볶음’이 나왔을 때 얻었다고 언급했다.
도정한 대표는 “점심을 먹으며 앤드류에게 한국 사람들은 ‘이런 매운 맛’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며 “단순히 매운 맛이 아닌 ‘맵고 달고’의 조화가 중요하다. 이를 메인으로 삼고 반찬들이 이 메인을 서포트해주는 것처럼 위스키에도 입혀볼 수 있겠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후 한국에 증류소를 설립한 지 무려 2년여 만에 위스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위스키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앤드류 샌드 마스터 디스틸러는 이는 ‘한국의 기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가 위스키의 발효를 앞당긴다는 것.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이자, 앤드류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경우 연중 기후가 서늘한 편이다보니, 위스키 숙성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샌드는 “위스키를 알리려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고, 세미나도 하고, 강연하며 많은 위스키들을 봐 왔지만 한국은 정말 숙성이 가장 빨리 되는 국가”라고 말했다.
앤드류 샌드 디스틸러에 따르면 오크를 써야 ‘맛’이 풍부하고, 빠르게 나온다. 그는 “한국에서 2년간 오크에 숙성시키면 스코틀랜드에서 한 8년에서 10년 숙성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도 언급했다.
빠르게 만들어진다고 해서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원 유니콘 에디션’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FWSC)’ 싱글몰트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도정한 대표는 “여태까지 왔던 길이 정말 길었는데, 무사히 여기까지 와 배치1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월드클래스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 등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수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앤드류 샌드 마스터 디스틸러는 “한국에서 여태까지 위스키를 네 번 출시하는 과정이 모두 인상 깊었다”며 “한국 사람들이 위스키에 대한 사랑이 와닿았고, 이에 영향을 받아 더 좋은 위스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앞으로 더 풍부하고 다양한 맛과 향을 선보이기 위한 연구를 이어간다. 배치에 따라 버번·셰리·뉴오크 등 캐스크를 다르게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의 술도가들과 협업해 색다른 캐스크도 준비 중이라는 게 도 대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