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경상수지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경제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가 전망된다며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의 늪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1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1년 전에 비해서는 67억6000만 달러 줄었다. 전달(26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후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한 것이다.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한 것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상품수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해외여행 재개로 서비스수지도 적자폭이 4년 만에 가장 크게 확대된 영향이 컸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부진과 주요 교역국인 중국 경기 부진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로 수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며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해외여행이 늘면서 국내 출국자 수가 큰 폭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 연간 전체로는 플러스가 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지난 7차례 경상적자 동안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1.9%인데 반해 올해의 경우 이 비율이 1% 중반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올해는 연간 전체로 보면 플러스가 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는 점은 없다. 1월 경상수지 적자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는 1년 전과 비교해 90억 달러 감소한 7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달(4억8000만 달러)보다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근 26년 만의 4개월 연속 상품수지 적자다. 상품수지는 외환 위기 당시인 1996년 1월부터 1997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바 있다. 상품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것은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억8000만 달러(-14.9%) 감소한 480억 달러를 기록해 전달에 이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철강제품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수입은 원자재, 자본재 수입이 감소한 반면 소비재가 늘면서 전년동월대비 6억2000만 달러(1.1%) 늘어난 554억6000만 달러로 집계돼 1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1월 서비스수지는 32억7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나 3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1년 전과 비교해 적자폭이 24억4000만 달러 확대됐다. 수출화물 운임이 줄면서 운송수지 흑자 규모가 줄고,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등 출국자수 증가로 여행수지 적자가 커진 영향이다.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6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내국인 해외 직접투자가 17억7000만 달러 늘어 2001년 9월 이후 25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는 11억7000만 달러 증가해 2021년 12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36억9000만 달러 증가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 중 주식투자는 32억9000만 달러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했고, 채권투자는 3억9000만 달러 늘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54억 달러 증가했다. 이 중 국내 주식투자는 중국 경기회복 기대 등 투자심리 개선으로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채권투자는 차익거래 유인 축소 등으로 1억5000만 달러 감소해 3개월 연속 줄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