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금통위원 “통화정책의 효율적 파급 위해 한은·언론 역할 중요”

일반 대중 대상 소통 중요성 커져…BOE 소통전략 주목해볼 만
"SVB사태로 규제 강화 전망…당분간 피벗은 없을 것"

박기영 금통위원이 16일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통화정책의 효율적 파급을 위해선 중앙은행과 언론의 적합한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기영 금통위원은 16일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언론보도 내용은 경제적 의사결정과 밀접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소통방식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앙은행은 과거 ‘네버 익스플레인(never explain·절대 설명하지 말라)’의 입장을 견지해오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서야 적극적 소통 노력을 시작했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의 소통은 ▲통화정책 효과 제고 ▲독립기관으로서의 민주적 책임성 ▲정책에 대한 이해를 통한 신뢰 축적 차원에서 당연히 필요한데, 효과적으로 소통하려면 적절한 정보의 양과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 소화하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할 경우, 오히려 중앙은행의 신뢰성 및 정책효과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 영국 중앙은행(BOE)이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적용한 소통전략을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일반 대중과 같은 비전문가 집단과 소통하기 위해 쉬운 서술방식을 채택하고 이미지의 비중을 높였고, 다소 단정적인 표현의 비중을 늘렸다. 이러한 노력 후 BOE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두 배가량 증가했다. 박 위원은 “이창용 총재 부임 후 한은은 블로그를 통해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경제 현안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은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당연히 맞다”며 “다만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는 연구도 함께 이뤄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은 “연구 결과 여전히 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중앙은행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반 대중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때문에 언론의 중개기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소형은행의 연쇄 폐쇄 및 국내 통화정책 등 최근 경제계 현안에 대한 개인적 견해도 밝혔다. SVB 파산에 대해선 “SVB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주로 투자했던 데다 미 주택시장 나쁘지 않아서 MBS 부실화 우려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장·단기 자금운용 매칭, 이자율 헤지 등 교과서적인 원칙을 놓쳤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은행의 이자율 헤지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할지 등에 대한 규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당분간 ‘피벗(pivot·정책 전환)’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물가가 목표치인 2%로 향해간다는 게 확실해 진다면 피벗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3월 소비자물가가 많이 떨어질 거라 보고 있지만 이는 기저효과 때문이지 물가 흐름이 꺾인 건 아닐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요인만 본다면 근원물가의 움직임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금리산정에 관여하는 데 대해선 박 위원은 “어느 정도는 개입근거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급결제서비스처럼 은행의 역할이 공공성을 지닌 게 많고 은행이 망했을 땐 시스템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어 “시장지배력,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및 소비자 보호 측면에선 금리산정 적절한지 살펴볼 측면은 있다”면서 “다만 과점상태로 인해 대출금리가 얼마만큼 더 올라갔는지 연구가 더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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