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바라본 조화와 균형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칸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돼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픽사의 최초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이 맡은 작품이었기에 한국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컸다.

영화는 ‘엘리멘트 시티’ 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불, 물, 공기, 흙 원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인 불 원소 ‘앰버(레아 루이스 분)’는 고향을 떠나온 부모님의 식료품 가게 운영을 도우며 가게를 물려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실하지만 다혈질인 앰버는 유별나게 감성적인 물 원소 ‘웨이드(마무두 아티 분)’를 만나게 된다. 극과 극으로 상반되는 성향이지만 이들은 서로의 일상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피터 손 감독은 197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한 실제 자신의 부모님을 영화의 모티프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당시 그가 보고 자라온 이민자와 이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 및 여러 문화적 충돌 요소가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다른 원소들로부터 소외당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삶의 터전을 꿋꿋하게 일군 앰버의 부모님은 경계심 가득한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앰버에게 다른 원소를 만나면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불 원소 앰버와 물 원소 웨이드의 만남을 통해 ‘조화’를 이야기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한의학에서도 조화는 인체를 이해하는 기본개념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중심이론인 ‘음양(陰陽)론’은 신체의 양적인 측면과 음적인 측면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깨지는 것을 질환의 원인으로 본다. 이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생명의 항상성과도 관계가 깊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한 상태란 엘리멘탈의 원소들이 조화를 이루듯 서로 섞일 수 없는 음양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를 뜻한다. 뜨거운 기운은 내려가게 하고 차가운 기운은 올라가야 한다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도 음양의 조화에서 시작된다. 만약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허하면 면역력과 체력 저하의 원인이 돼 피로감이 쌓이고 몸이 쇠약해지게 된다.

실생활에서 감기약으로 자주 접하는 ‘쌍화탕(雙和湯)’도 본디 음양의 부조화 개선을 위해 처방되는 약이다. 쌍화탕은 음양을 쌍(雙)으로 보충해 조화(調和)롭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몸을 따듯하게 해 면역력과 체력 증진 및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혈액 순환, 소화 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한의학은 예로부터 인체를 작은 우주(소우주)로 보며 건강한 몸은 만물이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우주와도 같다고 여겼다. 피터 손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여러 문화와 인종이 조화를 이루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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