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 인상기 금융취약계층에 도움되는 대안신용평가

김형석 팀윙크 전 대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높이면서 가계 이자 부담은 더욱 늘었다. 물가와 이자가 뛰면서 가계의 실질 소득은 줄었다. 결국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장기적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것이다.

 

사회초년생, 주부, 은퇴자, 프리랜서 등 금융 정보 부족자(‘씬파일러’)들은 전통적인 신용평가시스템 아래서 적절하게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카드 발급제한, 고금리 대출이용 등 금융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금융정보 중심의 기존 신용평가 체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4800만 명 금융거래고객 중 약 45.7%인 2200만 명이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며, 이 중 55%인 1200만 명이 카드나 대출 사용 이력 부재로 인한 씬파일러다. 금리 인상기에 씬파일러는 자신의 실질적인 신용 대비 신용이 저평가돼 있다. 금융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금융불평등’이 커지고, 중신용 이하에서 적정금리 대신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금리단층현상이 발생한다.

 

대안신용평가는 이러한 금리단층현상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존 신용평가체계에서 소외된 씬파일러들의 행동패턴을 예측할수 있는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FICO등의 기업들이 대안신용평가로 시장혁신을 증명한 바 있으나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0년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과 대안신용평가 스몰라이선스가 도입되는 등 시장 변화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으나, 대안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가 금융회사의 핵심 신용평가시스템으로 자리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금융기관, 핀테크 기업, 플랫폼 기업 등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간 컨소시엄 구축 등 다양한 협업이 촉진되고, 핀테크, 통신사 등 데이터와 기술을 확보한 사업자들이 대안신용평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교한 신용점수의 산정을 위해 AI, 머신러닝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데이터전문가와 기술인력 고용도 촉진되고 있다. 대안신용평가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기존 신용평가회사들이 활용하는 금융정보 이외에 대안정보는 통신, 공과금 등 반복되는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부가적인 대안 정보로 쇼핑, 검색, SNS 등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가명결합해 숨겨진 가치를 찾아 내기 위한 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이처럼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데이터 커버리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데이터 표준화, 시스템투자 등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투자 대비 매출효과 등 사업성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아직 성장세는 더디다. 또 기존 신용평가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얻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틈새 시장일 수 있는 대안신용평가모델에 대한 회의론과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대안신용평가가 활성화되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우선 데이터 속성별로 분류된 다양한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노동자들의 통신요금 납부 내역 등을 판단해 특화 신용카드를 출시하거나, 화물차량운수사업자의 운행데이터, 주유 데이터를 활용해 특화 보험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다양한 계층의 금융소비자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취약계층의 제도권금융 유입을 촉진시키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금융정보를 다시 유통시키게 된다. 결국 대안신용평가는 사회적 신용을 높이는 선순환을 이끌게 될 것이다.

 

아직 국내에 대안신용평가는 생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청년 인구감소,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노령화로 인한 은퇴계층의 증가 등 금융취약계층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대안신용평가는 금융시장 활성화에 촉매제가 될 것이다.

 

<김형석 팀윙크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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