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사회] 빚 굴레에 빠진 사연은… 고통은 같아도 ‘천태만상’

2년간 신용카드로 빚 돌려막아
창업으로 만회하려다 대출금↑
안일한 생각으로 받은 소액대출
추심 전화·독촉 문자에 시달려
주식·코인 투자금 손실로 신청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이 업무를 보는 모습. 뉴시스

 높아지는 대출 금리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리는 것은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청년, 소상공인, 중장년층 등 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나날이 불어가는 이자로 고통받고 있다. 20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늘어나는 빚으로 어려움을 겪고 개인 회생을 신청한 이들의 사례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빚의 수렁에 빠지고 개인 회생까지 신청하게 됐는지를 살펴본다. 개인 회생 제도란 채무액이 무담보채무의 경우에는 10억원, 담보부채무의 경우에는 15억원 이하인 개인 채무자가 장래에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을 경우 3년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다.  

 

 ◆ 3개월마다 카드 돌려막기 2년간 지속…이자만 수천만원

 

 대전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2년 넘게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1억3000만원에 달하는 신용대출 때문이다. 생활비가 모자라 처음 신용대출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액수가 커질지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A씨는 월급이 다달이 들어왔지만,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주식에도 돈을 넣어봤지만, 이마저 실패하면서 돈을 갚기 어려워졌다. 결국 월급으로는 이자만 내기에도 버거워지면서 신용대출 규모는 어느새 1억3000만원까지 불어났다. 그는 2년 동안 신용카드 여러 개로 돌려막기 하면서 은행권 신용대출을 일부 상환하고, 연장하는 등 빚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지난달 대전지방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A씨는 “2년간 카드 돌려막기를 3개월마다 하면서 은행권 신용대출 일부 상환하고 연장하는 등 피 말리는 부채와의 싸움했다”며 “돌이켜 보면 어리석은 짓으로, 그동안 부담한 이자만도 수천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모두가 내 잘못이고 불찰이었지만, 9월이 되니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개인회생을 신청하기까지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 잦은 추심 전화에 모르는 번호 두려워…창업 실패로 개인 회생까지

 

 고양시에 사는 40대 B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면 받기가 무섭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출을 갚으라는 추심 전화가 계속 걸려 왔기 때문이다. 10년 전 결혼한 B씨는 그때부터 대출받기 시작했다. 대출로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집도 전세자금대출로 해결했다. 이후 남편은 공무원 준비를 하고 B씨는 외벌이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점점 빚이 늘어갔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던 B씨는 아이 2명을 키우면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꽃집 창업을 준비했다. 이때에도 대출받아 꽃집을 열었다. 빚도 줄이고 아이들도 잘 돌보기 시작한 창업이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꽃 사입 비, 운영비 등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나갔고 기존에 있던 대출까지 B씨를 더욱 옥좼다. 1억원까지 커져 버린 대출을 갚기 위해 카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까지 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B씨는 의정부지방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B씨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나 다 포기하고 싶은 나날을 보냈다”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돈을 빌려 창업했지만, 갚지 못하니 죄를 지은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B씨는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가 한두 건씩 발생하면서 추심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며 “오랜 시간 암흑 속에서 살다가 결국은 개인 회생 신청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 경솔한 생각으로 받은 소액 대출이 1억원까지… 독촉 문자에 두려움만 커져 

 

 경기도 시흥에 사는 20대 C씨는 4년 전 우연히 대출을 접하게 되면서 안일한 생각으로 소액을 대출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여러 일이 생겨나면서 대출금이 1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대출에 이끌려 직장까지 옮겨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대출 납입금으로 내야 하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연체없이 납입하다가 한번은 연체를 하니 독촉 전화에 법적 조치까지 한다는 문자까지 받자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이 밀려왔던 C씨는 6월 수원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게 됐다. 

 

 C씨는 “어린 나이에 대출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한심하고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보면 너무 착잡했다”라며 “빚 독촉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3년 동안 잘 변제해서 신용을 회복하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 주식·코인까지 손대…대출금 눈덩이처럼 불어나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이 업무를 보는 모습. 뉴시스

 경북에 사는 20대 D씨는 저금리에 대출 금리가 낮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주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식으로 돈을 수월하게 벌었기 때문에 그게 실력인 줄 알고 스스로 주식을 잘한다고 착각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다가 크게 손실을 보고, 이후 미수 매매에 변동성이 심한 종목만 찾다 대출금을 대부분 잃었다. D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손해액을 복구하기 위해 코인 등 사행성 투자까지 손을 뻗었다. 나중에는 가족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태까지 가자 결국 회생을 하기로 마음먹고 올해 초 대구지방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D씨는 “사행성 채무라 탕감이 어려울 것이라는 상담을 받기도 해서 마음이 더 조급해졌지만 변제 계획을 잘 세우면 아예 희망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회생신청하면서 느꼈다”며 “회생 신청 전 두렵기도 하고 많은 고민도 있었지만 앞으로 성실하게 갚아 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보였다.

 

유은정·이주희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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