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제조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알아야 할 합리적 원가산정 및 활용의 어려움

 

 중소제조기업 경영진의 세무나 회계에 관한 고민을 듣다 보면 의외의 부분에서 공통된 고민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생산관리팀이나 회계팀에서 보고되는 원가정보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힘들다는 게 대표적이다.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이나 매출총이익을 연도별로 쭉 나열하고 이를 큰 그림에서 조망해 살펴본 숫자는 신뢰할 수 있으나, 1년 단위 또는 그보다 작은 시간단위의 매출총이익 또는 품목별 원가정보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사실 경영진이 이러한 의문을 품는 이유는 매출원가가 계산되는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당해연도 매출원가는 당해 연도에 팔린 물품의 원가이므로 직전연도 말에 남아 있는 회사의 재고자산금액에 당기 중 매입한 원재료 금액, 인건비와 전력비, 감가상각비등의 각종 경비를 더하고 당해연도말 남아있는 재고자산의 금액을 차감해 산정한다. 작년말에 남아있는 재고자산은 금액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올해 매입한 원재료금액이나 발생한 경비등은 그 금액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결국 합리적인 원가 산정의 일차적인 목표는 당해연도말 남아있는 재고자산의 금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에 귀결된다.

 

 제조해 판매하는 품목이 증가한 경우 발생하기 쉽다. 예를 들어 A품목은 자동화 설비보다는 수작업을 많이 거쳐야 하는 품목이며, B품목은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화 설비를 거쳐서 생산된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인건비와 감가상각비를 A품목과 B품목의 생산수량으로 나눠 기말 재고자산을 평가한다면 이는 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각 경비별로 회사에서 발생한 총 노무시간과 자동화 설비사용시간 등 기준을 달리해 재고자산을 평가해줘야 합리적인 원가산정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회사에서 제조하는 완성품 품목이 100가지이며, 각 품목별로 지나가는 공정이 모두 다르고 원재료 사용량이나 인간의 노동시간 등이 차이가 난다면 기말 재고자산을 품목별로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건 힘들다.

 

 여기서 흔히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원가측정시기와 원가정보가 필요한 시기간 불일치 문제다. 해당 문제를 이해하기위해 품목별 원가정보는 언제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영업 시 견적을 주기 위해서는 품목별 원가 정보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분기별이나 월별로 판매하고 있는 품목들의 마진율을 따져서 회사가 중점적으로 판매할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별할 때도 필요하다. 그런데 앞선 원가산정 방식은 결산이 종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리적인 품목별 원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표준원가 방법이다.

 

 표준원가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표준적으로 필요한 원가를 생산전에 미리 산정해 두는 것이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신뢰성 있는 원가를 산정해두고 이를 의사결정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도 문제점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표준원가 자체가 잘못 산정되는 경우에는 각 품목별 마진에 대한 의사결정을 그르쳐 회사에 전반적인 영업방향성이 틀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표준과 실제는 항상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또 만약 문제가 발견될 때에는 이를 담당한 부서에 어떻게 피드백을 줄 것인가이다. 우선, 표준과 실제차이가 제조과정에서의 실수인지, 매입한 원재료가 불량인지, 보관 및 유통과정에서의 문제인지에 따라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부서가 달라질 것이다. 한편, 그 원인이 실제 권한을 가지지 못한 부서의 문제일 경우에는 피드백을 줘야 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일례로 대표이사가 전략적 판단에 의해서 정한 매입처에서 원재료 불량이 발생한 경우엔 구매부서에 강력한 피드백을 주면 안 된다. 왜냐하면 해당 부서원들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상황을 부당하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가정보는 측정도 어렵지만 이를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도 있는 분야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상당한 관심과 자원의 투입이 필요한 분야임을 인지해야 한다.

 

<KB국민은행 기업성장지원부 최정욱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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