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4년 한국 경제, 저성장 극복의 발판 마련해야

법무법인 지평 기업경영연구소 정민 수석연구위원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다가왔다.  하지만 희망이 가득해야 할 새해가 희망보다는 무거움으로 느껴진다. 2024년 글로벌 경제에 작용할 변수로 기회보다 리스크 쪽을 더 부각하는 예측이 많기 때문이다. 저성장 고착화, 고금리의 여파, 스태그플레이션, 지경학적 리스크, 차이나 리스크 등 부정적인 키워드가 제시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낮은 2.9%로 제시했다. 성장 정체 속에 2024년 세계 경제는 연착륙할 것이라는 내다보고 있지만,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진영 간의 갈등 등 불안한 요인이 서방과 반서방의 충돌 격화로 진영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지경학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한국과 인접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지경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대만 총선, 러시아 대선, 미국 대선 등 2024년 선거 이벤트가 세계와 각국 경제에 의외의 큰 복병이 될 것이다. 그중 미국 대선은 영향력이 큰 변수이며, 연중 내내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에 각 경제 주체들이 예상보다 선전해 왔으나 고금리 장기화 여파와 대응 수단 한계로 본격적인 후폭풍이 올해 도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고금리에 견딜 수 있는 수단이 점차 소진되면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조적 물가압력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균형점(New Equilibrium)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인구구조변화, 지경학적 분절, 기후변화 등으로 구조적 물가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상품 시장의 부정적 공급 충격 재발생, 경기 순환이론을 무색하게 하는 노랜딩(no landing) 시나리오 등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지연 또는 인플레이션 재발생 가능성도 있다.

 

고비용 및 저성장 기조 속에 국가 간 상이한 펀더멘털로 개별 국가 성장률은 각자도생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일본 등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반면 비관론에 둘러싼 중국이 존재하는 등 경기 순환상 모든 국면이 동시대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경제는 최근 수출로 인해 미약한 반등세를 보이나 올해 성장률은 내수 성장세가 제한되면서 2% 내외 수준이 될 것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잠재적인 성장 능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겨우 충족시키는 정도로 저성장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중장기적 전망이 국내외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 경제가 점차 활력을 잃어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한치의 다름이 없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전후로 성장률이 낮아진 가운데, 한국 경제는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저성장 국면이 전개됐다. 경기 회복의 동인을 해외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향후 회복 국면이 전개되더라도 회복력이 강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한국 경제는 저속 회복 경로로 예상되나, 대내외 경제 여건의 개선세가 미흡할 경우 ‘L’자형 침체 장기화 경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 국면 고착화 가능성을 불식하고 성장 회복력을 복원하기 위해 수출 시장 외연 확대, 신성장 동력 산업 발굴 및 육성, 노동 생산성 제고, 국내 투자 활성화, 기술혁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시급하다. 또한, 블록 경제화 등 동맹국 중심으로 협력과 연대가 점차 중요해지는 대외환경에서 급변하는 국가별 관계를 감안해 위험을 축소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디리스킹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제시된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합리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발판을 올해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저성장 탈출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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