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한국은행에 환수된 5만원권 지폐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화폐 수급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만원권 발행액은 약 12조원이었지만, 환수액은 5조8000억원에 그쳤다.
발행액 대비 환수액의 비율인 환수율은 49.1%로, 지난해 상반기 77.8%보다 28.7%포인트 떨어졌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 가운데 한국은행에 회수된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 화폐는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예금·세금 납부 등을 이유로 금융기관에 입금된다. 금융기관은 일부를 시재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한국은행에 입금한다. 이때 돌아온 금액을 환수액이라고 부른다.
환수율은 해당 기간 발행액 대비 환수액의 비율로, 화폐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만원권 환수율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2021년 10∼20%대까지 떨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대면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고액권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시중에서 화폐가 활발히 유통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거리두기 해제로 대면 거래가 다시 급증하고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환수율은 2022∼2023년 50∼60%대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5만원권 환수율이 다시 떨어진 것을 두고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화폐 보유의 기회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중 금리가 떨어지자 예·적금 등에 현금을 넣기보다 현금을 쟁여두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평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3%대 중반에서 머무르다가 점차 상승해 11월에는 3.99%까지 올랐다. 은행 수신금리는 이후 하락해 지난 5월 기준 3.55%를 기록했다.
5만원권 환수율을 권역별로 보면 관광지인 제주가 172.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수도권 79.7%, 광주·전라 32.1%, 대전·세종·충청 29.9%, 부산·경남 20%, 대구·경북 16.9%, 강원권 11.5% 순이었다.
전 의원은 “향후 시장금리의 변동성을 고려해 민간 화폐 수요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