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테슬라…이토록 극명한 대비가 또 있을까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SUV 'ID.4'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자동차업계 신구 강자가 상반된 상황에 부닥치면서 새로운 변화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의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본사 공장이 문을 닫아 파문을 일으켰다. 반면 전기차업계를 주도하던 테슬라는 캐즘으로 인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다양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든든하다. 두 회사의 대비가 극명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전환 시대를 맞아 자동차산업 지형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통의 강자 폭스바겐의 위기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에 급제동이 걸렸다. 수익성 악화로 독일 본사 내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독일 공장이 문을 닫은 것은 193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승승장구하던 독일의 대표 자동차회사다. 슬하에 폭스바겐 외에도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대중 브랜드부터 중고급 브랜드, 슈퍼카 브랜드까지 총망라한 그룹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유럽 자동차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2026년까지 100억 유로의 목표 수익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비용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은 최소한 독일 내 공장 여섯 군데 중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공장폐쇄 및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2만여개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 수는 26만명가량으로 약 10% 이상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역사에서 해외 공장이 문을 닫은 사례는 있었다. 36년 전인 1988년 미국 웨스트모어랜드 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하지만 독일 내 공장은 단 한 번도 멈춰선 적이 없다. 

 

이 같은 폭스바겐의 상황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은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는 데다 테슬라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파상 공세, 기존 강자인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혁신 대장 테슬라가 믿는 구석은?

 

‘전기차 혁신 대장’으로 꼽히는 테슬라도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긴 했다. 2분기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44만39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줄었다. 주요 원인으로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판매량 감소)이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전기차만 찍어내는 평범한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미래 먹거리 사업을 도모해 왔고, 이제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가 도래했다. 테슬라의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인 4680 배터리 생산이 1분기보다 50% 이상 늘었으며 생산 비용 측면에서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ESS 공급은 158% 급증했다. 또 자동차 부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7% 감소하는 동안, 에너지 부문은 100%나 늘었다.

 

더 나아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상반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를 4680 배터리 생산 업무에 투입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공정 자동화를 통해 생산 단가를 더욱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수많은 전통 내연기관 업체를 거느리면서 내연기관 변화에 늦은 템포를 보여줬다”며 “내연기관 마니아들이 포진해 있는 슈퍼카 브랜드에서 변화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라며 말했다. 반면 테슬라에 대해서는 “단순 전기차업체로 치부할 수 없다”며 “광범위한 미래 먹거리에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준비해왔으며 그만큼 다양한 메뉴가 구성된 회사”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대전환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폭스바겐과 테슬라의 엇갈린 상황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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