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만든 무기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K-방산의 수출 무기체계는 전년 6개에서 12개로 2배 증가했다. ‘효자 상품’인 K-2전차, K-9자주포에 더해 장갑차, 잠수함·초계함·경비함, 전투기, 천궁(중거리 지대공미사일) 등으로 다양해졌다.
K-방산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는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과제가 수두룩하다. 수출품목 다변화가 대표적이다. 수출품목이 예전보다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다양하다고 보긴 어렵다. 수출액을 늘리기 위해선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잠수함이 K-방산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세계 정상급 잠수함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수출 실적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인도네시아 3척 수출이 유일하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현재 폴란드의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8조원 규모의 잠수함 3척 건조 사업으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등 각국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방산그룹 WB와 잠수함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5일에는 방한 중인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이날 두다 대통령에게 직접 장보고-III(KSS-III) 배치(Batch)-II 잠수함을 소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참여 의향서를 낸 11개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2300톤급과 3000톤급 등 두 가지 잠수함을 제안했다. 폴란드 해군 관계자들은 2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아 HD현대중공업의 최신예 잠수함인 3000t급 신채호함 등 잠수함 전력과 잠수함 건조시설, 생산설비 등 전반적인 잠수함 건조 역량 등을 살폈다.
두 업체는 최대 7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건조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이 사업은 캐나다 해군이 퇴역은 앞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12척)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만 약 59조원(600억 캐나다 달러)에 달한다. ‘잠수함 강국’ 일본과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국가대항전이어서 업계에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꾸려 수주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두 업체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힘을 합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일본 기업 미쓰비시와 가와사키중공업은 일찌감치 한 팀을 꾸려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