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71조원의 신세계 그룹이 정용진(56) 정유경(52) ‘남매 회장’에게 미래를 맡겼다. 더불어 두 회장이 경영 일선에 선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분리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30일부로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더불어 남매 회장 체제가 만들어졌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 사이에서 난 4살 터울 남매지간이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신임 정 회장 포함 8인의 주요 인사이동을 발표함과 동시에 양대 주력 사업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신세계의 분리 경영을 공식화 했다. 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분할 운영은 사실상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20여년간 순차 증여와 주식 교환을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사를 양분하는 구조를 만든 뒤 이마트는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는 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맡겼다.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 지분 18.56%,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 지분을 18.56%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고 이명희 총괄회장은 양쪽 지분을 10%씩 가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로는 이마트는 SSG닷컴(쓱닷컴), G마켓(지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리조트가 있고,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를 두고 있다.
이번 정유경 회장의 취임과 함께 13년 만에 분리 운영을 수면 위로 올린 것에 관해 신세계그룹은 “올해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해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이뤄지는 중이다. 그간 물밑에서 준비한 계열 분리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마트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519억원 증가하는 등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 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 시점이 계열 분리를 통해 성장 속도를 배가시키는 ‘최적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9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71조 원을 넘어섰다.
정용진호 이마트와 정유경호 신세계가 각각 새로운 출발선에 선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장의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리 경영이 공식화 됐지만 남매로서 협력을 이어갈 것”라고 예상했다. 정용진 회장은 2021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정유경 회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사진을 올리며 ‘lovely my sister(사랑스러운 내 동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한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정유경 회장은 이번 취임으로 국내 주요 200대 그룹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회장 1호가 됐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